국민의힘 지도부가 무소속 예비 후보로 등록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김문수 후보의 단일화 필요성을 5일 재차 강조하고 나섰다. 당 대선 주자인 김 후보가 당내에서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낸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열린 당 긴급 의원총회에서 “우리 주위에 ‘시간을 끌면 우리 편으로 단일화될 수밖에 없다’며 안일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계신다”며 “그런 식으로 생각하는 후보는 국민의 마음을 얻어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 후보로 선출되신 김 후보님과 김 후보 측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당원들과 국민이 김 후보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내준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에서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에 긍정적 의견을 표명해온 김 후보가 조속히 ‘반이재명 빅텐트’ 구성을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 등록(10~11)일까지 김 후보가 한 전 총리와 단일화 협상에 실패할 경우, 한 전 총리로 단일화가 되더라도 국민의힘 기호인 ‘2번’을 쓸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당 지도부가 우회적으로 드러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날 자리에서 “지금 우리 당 밖에도 물줄기가 있다”며 “각기 흐르던 물줄기들이 하나의 강물로 모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께서도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빅텐트에 동의하는 후보들부터 단일화를 이루고, 점차 세력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권 원내대표는 또 범보수 진영이 반이재명을 기치로 내걸고 단일화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부각하고 나섰다. 그는 “우리가 패배하면 대한민국은 이재명을 숭배하는 정치세력이 활개 치는 삼류 국가로 전락할 것”이라며 “하나 됨에 반대하는 것은 오직 이재명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이같이 김 후보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이날 김 후보가 자신이 내정한 장동혁 의원의 사무총장직 임명이 불발되는 등 상황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이와 관련, 김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직후, 3일 안에 일방적으로 단일화를 진행하라고 요구하면서 당무 협조를 거부한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힌 상태다. 또 사무총장 임명 불발에 대해 “중대한 당헌·당규 위반 행위”라며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정상원/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