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만난 한덕수 "저녁이 있는 삶, 국민에게 필요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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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 한덕수가 아니라 경제가 한덕수의 면모를 보여주세요."(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
한덕수 무소속 대선 예비후보가 5일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만나 만찬을 나누며 개헌의 필요성에 관한 공감대를 나눴다. 대선 출마 선언 직후 정대철 헌정회장을 만난 데 이어 또다시 원외 인사를 예방한 것이다. 한 후보가 6일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과의 오찬 회동을 예고한 가운데 개헌을 고리로 한 빅텐트 행보에 속도가 붙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후보는 이날 저녁 서울 종로구에 있는 한 북한 음식 전문 식당에서 손 전 대표와 만났다. 손 전 대표가 오후 5시37분께 식당에 먼저 입장했고, 한 후보는 약속 시간인 오후 6시에 맞춰 도착했다. 악수한 뒤 기념촬영한 두 사람은 이후 평양 불고기와 냉면을 먹으면서 90분가량 대담했다. 만찬에 동석한 이정현 캠프 대변인은 "막걸리 두 병을 곁들이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오고 갔다"고 전했다.
먼저 한 후보가 "정치 대선배인 손 전 대표께 좋은 말씀을 청하고자 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제가 비록 정치 초년병이지만 정부에 50여년 있으면서 어떻게 해야 나라가 잘되는지 오래 지켜봐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녁이 있는 삶'이란 손 전 대표의 말씀을 개인적으로 참 좋아한다"며 "요즘 우리 국민들한테 피부에 와닿을 말"이라고 덧붙였다. 손 전 대표가 대권에 도전할 당시 내건 슬로건을 인용한 것이다.
손 전 대표는 "며칠 전에 한 후보의 출마 선언을 생중계로 보며 매우 기뻤다. 우리나라의 희망을 봤다"고 화답했다. 한 후보의 출마에 두곤 "경제 위기와 안보 위기 극복, 국민 통합에 이르는 세 가지 메시지가 분명한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한 후보는 공책을 펴고 메모를 적기도 했다.
대권 도전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걱정어린 격려를 보내기도 했다. "국민의힘에서 단일화를 잘해서 순탄하게 가야 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며 "관료 생활 50년을 뒤로하고 정치를 시작하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도 곱지만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한 후보는 "반드시 단일화를 해내기 위해 당에 모든 관련 사안을 위임했다"고 답했다.
급변하는 글로벌 통상환경과 국민 분열 등 현안에 대한 논의가 주로 오갔다. 한 후보는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대변혁에 시대에도 정치권은 이를 오히려 본인들의 이익만을 위해 활용한다"며 "많은 국민들이 걱정하시는 만큼 그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하고자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했다.
손 전 대표는 "국내외적인 위기 속에 '내 정권 갖겠다'는 싸움만 계속되는 상황"이라며 공감했다. 그는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요구는 물론 대법관들에 대한 탄핵과 증원에 관한 목소리도 나온다"며 "뒤죽박죽된 정국에도 정치가가 아니라 경제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시라"고 당부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개헌에 관한 논의로 이어졌다. 한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개헌을 이룬 뒤 3년 만에 임기를 내려놓겠다고 재차 약속했다. 그는 "대통령 임기를 3년만 하고 그 후에 반드시 떠나겠다"며 "그 안에 개헌을 통해 국내적인 갈등과 분열을 야기하는 문제를 해소해 향후 정치인들이 더 좋은 체제에서 국가를 운영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손 전 대표는 1987년 체제를 끝내고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며 한 후보 의견에 공감했다. 그는 "한쪽에서는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해 계엄에 이르고, 의회에선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는 야당이 횡포를 부리고 있다"며 "이러한 권력 구조를 바꾸는 제7공화국 구상에 대해 저도 오래전부터 얘기해왔다. 이러한 의지를 갖고 나서신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안시욱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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