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내일(1일) 오후 3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상고심 선고를 내린다. 이번 선고는 전원합의체(전합) 회부 이후 9일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신속한 결정이 2심 무죄 판결 확정(상고기각) 가능성을 높이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상고심 핵심쟁점 2가지


이 사건은 이 후보가 제20대 대선 당선을 목적으로 두 가지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사안이다.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골프 발언'과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서 국토부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한 '백현동 발언'이 그것이다.

2심 재판부는 두 발언 모두에 대해 1심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 '골프 발언'에 대해 "피고인의 '행위'에 관한 발언이 아니며, 김 전 처장과의 교유행위에 관해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전체적으로 의견 표명에 해당하고 허위라고 볼 수 없으며", 협박 관련 발언은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기 어렵다. 피고인의 '행위'에 관한 발언이 아니고,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무죄 취지를 밝혔다.

대법원이 검토하는 이번 상고심의 핵심 쟁점은 두 가지다. 우선 이 후보의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다. 발언의 주체, 내용, 맥락을 고려해 이 발언들이 단순한 의견 표명인지, 허위사실 공표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해당 발언들이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의 허위사실 공표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는 후보자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그 '행위'에 관해 허위사실을 공표하는 경우에 성립한다. 따라서 이 발언들이 이재명 후보의 '행위'에 관한 것인지, 또한 객관적으로 허위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속전속결' 조희대 대법원장 의중 반영


법조계에서는 대법원이 상고심 사건 접수(3월28일) 후 한달여 만에, 그리고 지난 22일과 24일 단 2차례 합의기일 만에 선고를 결정한 것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법원은 이재명 상고심 사건으로 사법부가 정쟁의 한 가운데 놓이게 된 점에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의 이러한 신속한 결정은 대통령 선거 후보등록 기간(5월10~11일) 전에 선고를 내려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제거하는 동시에 국민의 선택권 행사를 앞두고 사법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계엄사태 속에서도 조 대법원장은 신년사를 통해 "사법부의 사명은 우리 사회에 법치주의를 실질적으로 뿌리내리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사법부 역할을 강조한 바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대법원이 사법부 최고 기관으로서 선의 경쟁관계인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 국면에서 중요한 결정을 하며 사법부 중심으로 부상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없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민적 관심이 큰 사건을 회피하지 않겠다는 대법원장의 의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보안 강화 속 판결문 준비중


대법원과 법원행정처는 이재명 상고심을 앞두고 전날부터 외부활동을 안하는 등 보안에 신경쓰고 있다. 통상 원심 확정의 경우 주문과 함께 "법리해석에 오해가 없음" 정도의 간단한 판결문이 제공되나, 이번 상고심에서는 상고기각이든 파기환송이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자세한 판결이유를 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다. 2심 무죄 판결을 확정하는 상고기각, 일부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그리고 파기자판이다.

대법원이 전합 회부 9일 만에 결론을 내린다는 점은 대법관들 사이에 어느 정도 합의가 도출됐음을 시사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일 경우 대법관들 사이에 격론이 벌어져 쉽게 합의를 도출하기 어렵다"며 "신속한 결정은 상고기각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대법원에서 이 후보의 무죄가 확정되면 대선 가도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백현동 발언은 일부 유죄 취지의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부 유죄가 인정돼 파기 환송되더라도 조기 대선일 전까지 항소심 결정이 나오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대선 일정 자체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대선 후보 자격 등을 놓고 부정적 여론이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허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