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기 신도시부터 분양가 인하까지…‘부동산 표심’ 잡을 공약은?
6·3 대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표 차가 0.73%에 불과했던 지난 20대 대선(2022년)은 ‘부동산 표심’이 승부를 갈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여야 주요 주자들이 부동산 수요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단연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고금리, 공사비 상승 등 여러 요인으로 공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하고 있고, 이 상황이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어서다. 수도권 4기 신도시 조성부터 분양가 인하까지 여러 공약이 제시되고 있는 만큼, 잘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 친화로 돌아선 이재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4기 신도시’ 구상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교통이 편리한 입지에서 ‘스마트 신도시’를 개발해 청년과 신혼부부 등이 부담 가능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얘기다. 구체적인 후보 지역은 발표하지 않았다. 신도시 조성은 민주당 계열 정권에서 집값 안정을 위해 주로 활용하던 카드다. 노무현 정부에서 2기 신도시를, 문재인 정부에서 3기 신도시를 처음 추진했다.

신규 택지 조성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프로젝트다. 토지 보상 등 문제로 사업이 지연되며 3기 신도시 착공률도 6% 수준에 불과하다. 주택은 제때 지었더라도 지하철이나 도로 등 인프라 조성이 늦어져 주민 불편을 겪는 경우도 허다하다. 2기 신도시인 위례신도시는 2013년 첫 입주를 했는데, 아직 철도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 이런 이유로 이재명 후보가 당선돼 4기 신도시를 추진하더라도, 당장의 주택공급 불안을 잠재우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부동산 공약으로 4기 신도시 조성 등을 내걸었다. 한경DB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부동산 공약으로 4기 신도시 조성 등을 내걸었다. 한경DB
다만 이재명 후보가 4기 신도시로 대표되는 공공의 역할 못지않게 민간의 주택공급 확대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는 평가다.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을 연일 내놓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이 후보는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진입장벽을 낮추고, 용적률 상향·분담금 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1기 신도시 재정비 의사도 내비쳤다. 야권 일각에선 집값을 자극할 우려가 있고, 조합원에 막대한 시세차익을 안길 수 있다며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에 부정적인 견해가 존재한다. 이를 감안하면 이 후보의 부동산 공약이 시장 친화적으로 선회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 후보는 20대 대선에서도 신속협의제 도입과 인허가 통합심의 등 재개발·재건축 사업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공약을 내놓긴 했다. 하지만 2022년만 해도 이 후보의 부동산 정책 핵심 키워드는 ‘기본주택’이었다. 임대형 80만가구와 분양형 60만가구 등 총 140만가구의 기본주택을 전국에서 선보이겠다는 구상이었다. 택지공급가격 기준을 감정가에서 조성원가로 변경하고, 분양원가 공개를 확대하는 등의 방식으로 ‘반값 아파트’를 늘리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다만 정비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폐지에 대해선 이 후보가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재초환·임대차 2법 폐지”

국민의힘은 아직 대선 후보가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당 차원에서 부동산 공약을 지속 발굴·제시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분양가 인하를 대선 공약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사실상 폐지한 만큼, 인위적인 가격 통제 대신 사업성 향상을 통한 분양가 인하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재건축·재개발을 포함해 신규 아파트 건설 시 용적률과 건폐율을 상향 조정하고, 국민주택 비율 조정, 기반 시설 설치비 부담 완화, 공사비 분쟁 조정 지원 등을 추진한다는 공약이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다만 이 같은 조치가 사업성을 개선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겠지만, 분양가 오름세를 되돌릴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공사 원가가 다락같이 오르고 있어서다. 주52시간제 도입 등으로 인건비가 크게 뛰었고, ‘레고랜드 사태’ 이후 PF 시장 경색이 이어지며 건설업계가 높은 금융비용을 치르고 있다. 트럼프발(發) 관세 리스크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더 오를 공산도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분양가 인하를 강조하다 보면 오히려 건설업계의 주택공급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이 미분양에 허덕이고 있는 지방의 부동산 살리기 정책들을 여럿 내놓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주택자가 지방에 추가로 집을 살 경우 세금 중과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이 대표적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차등 적용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제와 대출 규제 완화 등 ‘수요 진작’ 카드가 필요하다는 건 건설업계의 숙원사항이다.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와 임대차 2법(계약갱신요구권·전월세 상한제) 등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한 규제를 폐지하겠다는 공약도 차별화됐다는 평가다.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 모습. 한경DB
서울의 한 재건축 단지 모습. 한경DB
후보별로는 주거복지 공약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김문수 후보는 대학가 반값 월세존 조성, 1인형 아파트 공급 확대 등을 공약했다. 안철수 후보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확대와 장기 고정금리 대출 도입을 통한 금융비용 절감 등을 내걸었다. 한동훈 후보는 청년을 대상으로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완전 폐지한다는 입장이다. 홍준표 후보는 종합부동산세를 없애고, 토지임대부 공공주택을 늘리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이인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