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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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갱단 척결 정책을 추진하는 엘살바도르 정부가 미국에서 쫓겨난 추방자들을 수용 중인 세계 최대 교도소의 규모를 두 배 확장하기로 했다. 국제인권단체는 엘살바도르가 미국이 추방한 이민자를 수용하는 '블랙홀'로 변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16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FP통신에 따르면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지난달 자국을 찾은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에게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의 규모를 확장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놈 장관은 부켈레 대통령과 회담 후 WSJ에 "미국은 추방자들을 (미국으로) 다시 데려올 계획이 없다. 엘살바도르에는 80에이커(약 32만㎡) 규모의 부지가 있고 (교정시설을) 계속 건설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부켈레 대통령도 놈 장관에게 미국 추방자들을 수용한 뒤 본국으로 송환하는 다른 국가들과 달리 그들을 수용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WSJ은 보도했다.

2023년 문을 연 세코트는 4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로 엘살바도르 테콜루카 인근 외딴 지역의 165만㎡ 부지에 건물 면적 23만㎡ 규모로 지어졌다. 현재는 1만5000명이 수용되어있다.

지난 3월 남미 갱단 조직원이라는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추방한 불법 이민자 수백명도 이 교도소에 감금돼있다.

엘살바도르는 최근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의 핵심 동맹국으로 부상해 미국에서 추방된 불법 이민자들을 구금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대부분 베네수엘라 출신인 이들을 1년간 세코트에 수용하는 대가로 600만달러(약 85억원)를 부켈레 정부에 내어주고 있다.

그러나 국제인권단체 등은 세코트에서 인권 침해가 벌어지고 있다며 규모 확대에 반발 중이다 .

국제인권감시기구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지난주 보고서를 통해 엘살바도르와 미국이 임의로 수용자들을 구금했고, 이들은 세코트에서 변호사와 접촉조차 하지 못한 채 고립돼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엘살바도르 부켈레 대통령은 2019년 집권 후 대대적인 갱단 소탕 작전으로 치안을 안정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켈레 정부는 2022년 3월부터 국가 비상사태를 연장해 7만5000명이 넘는 폭력배를 체포하기도 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