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가 베르사체를 인수했다. 프랑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케링 등 경쟁 명품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덩치를 더 키워 시장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브랜드로 성장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전략이다.

11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프라다는 미국 패션 기업 카프리홀딩스에서 베르사체 지분 100%를 12억5000만유로(약 2조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프라다는 인수 자금 대부분을 부채로 조달할 계획이다. 두 기업 이사회 모두 인수안을 승인했고, 규제당국 승인을 거쳐 올해 하반기 인수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글로벌 명품산업이 소비 침체 여파로 작년 하반기 이후 급격히 가라앉은 가운데 프라다는 ‘나 홀로 성장’했다. 작년 프라다그룹 매출은 54억유로(약 8조4000억원)로 전년 대비 17% 급증했다. 프라다의 하위 브랜드 ‘미우미우’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작년 매출 증가율이 93%에 달했다. 루이비통, 디올 등을 보유한 세계 최대 명품그룹 LVMH 매출이 지난해 2% 감소하고, 구찌와 생로랑 등의 케링그룹이 12% 급감한 것을 감안하면 프라다그룹의 선전은 단연 돋보인다.
프라다, 베르사체 2조원에 인수…명품산업 지각변동
베르사체는 1978년 잔니 베르사체가 이탈리아 밀라노에 세운 세계적 패션 브랜드다. 고대 그리스 신화 속 메두사를 로고로 사용하는 등 화려하고 대담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여성 몸매를 아름답게 드러내는 대담하고 화려한 색감의 이브닝 웨어로 1980년대와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다.

프라다그룹은 베르사체를 인수해 몸집을 더 불린다는 계획이다. 프라다그룹이 최근 큰 폭의 성장세를 보였지만 매출 면에선 명품업계 1, 2위인 LVMH, 케링과 격차가 크다. 작년 매출 기준 LVMH(847억유로)의 약 15분의 1, 케링(172억유로)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베르사체를 인수하면 작년 기준 약 10억유로 매출이 단숨에 더해져 덩치를 키울 수 있다.

베르사체 스타일은 프라다와 상반된다. 프라다는 단순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으로 수십 년간 패션업계에서 팬덤을 형성했다. 이런 디자인 철학을 고수한 탓에 때로 ‘고루한 브랜드’란 혹평을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디자인 전략을 빈번히 바꿔 부침을 겪은 구찌 등보다는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왔다. 프라다는 미우미우를 통해 디자인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왔다. 이번에 베르사체를 인수해 보다 과감한 혁신을 꾀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드레아 구에라 프라다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베르사체는 잠재력이 큰 브랜드”라며 “베르사체를 통해 새로우면서도 보완적인 디자인 전략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