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유통회사인 애니플러스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자회사 '라프텔'이 자체 제작한 애니메이션 '붉은 여우'를 정식 공개했다. '진격의거인'과 '귀멸의칼날'의 국내 유통 사업권을 보유한 애니플러스는 지난해 매출 1309억원을 벌어들이며 급성장하고 있다.
'귀멸의 칼날' 유통사 애니플러스, 제작에 첫발...'붉은 여우' 공개
라프텔은 19일 동양풍 세계관과 여성향 로맨스를 결합한 첫 성인 로맨스 애니메이션 '붉은여우'를 공개했다고 20일 밝혔다. 라프텔은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 생태계의 장르 다양성과 자생력을 실험하는 전략적 시도"라며 "플랫폼 운영뿐 아니라 기획과 제작역량을 내재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붉은여우'는 인간의 간을 탐하는 요물 전설이 배경이다. 주요 타깃은 20~30대 여성 팬층이며, 원작은 네이버 웹툰 ‘베스트도전’ 연재 당시부터 고품질 작화와 독특한 분위기로 인기를 얻었다. 외전 '흘레담'은 2022년 리디 웹툰 어워즈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유료 회차는 하루 만에 매출 1억 원을 돌파하며 높은 시장성을 입증했다.

작품은 웹툰 원작의 감성을 살리기 위해 '컷아웃' 방식을 도입했다. 컷아웃 애니메이션은 그림의 조각들로 이루어진 종이 인형을 조금씩 움직여가면서 촬영하는 기법이다. 제작 효율을 높여 일반 애니메이션 제작 대비 절반 이상의 비용과 기간을 절감할 수 있는 게 장점으로 꼽힌다.

OST는 인기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이 참여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안예은은 'K팝스타 5' 준우승 후 꾸준한 활동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원작자인 '하마'와 고등학교 시절 약속을 지켜 이번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라프텔은 그간 '슈퍼 시크릿', '4주 애인", '시맨틱 에러' 등 BL 중심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통해 여성향 장르의 제작 역량을 축적해왔다. 붉은여우는 이러한 맥락에서 일반 로맨스 작품으로 확장된 첫번째 사례다.

토종 OTT 중에서 유일하게 흑자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라프텔은 2022년 코스닥 상장사인 애니플러스에 인수됐다. 지난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여 1년만에 월평균 방문자수(MAU)를 30만명까지 끌어올렸다. 지난 2월 말에는 구독형 상품(SVOD)을 출시해 첫 해외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애니플러스는 라프텔과 애니맥스 등 자회사와 자체 실적이 모두 개선되며 지난해 매출 1309억원, 영업이익 251억원을 벌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 10% 증가한 수치다. 올해는 '극장판 진격의거인 완결편'이 지난 3월 개봉했고, 오는 8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이 개봉을 앞둬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강한빛 라프텔 CMO는 “단순한 신작 공개를 넘어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장르적 외연을 넓히는 의미 있는 시도”라며 “꾸준히 양질의 작품을 제작하는 라프텔의 노력과 진정성을 이번 작품에서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라프텔은 약 10여 편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계획이다.

박진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