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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받은 만큼 세금 내라…상속세제 '대수술' 전 알아야 할 것들 [이준엽의 Tax&Biz]
기획재정부가 지난 3월 유산 세제에서 유산취득 세제로 바꾸는 내용의 상속·증여세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유산 세제는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전부를 기준으로 상속세액을 계산하고 이 세액을 상속인들이 나눠 부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반면 유산취득 세제는 상속인들 각자가 피상속인으로부터 물려받은(취득한)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액을 계산해 세금을 물린다. 법 개정으로 유산취득 세제가 도입되면 상속세제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간략히 살펴보려 한다.

상속세 부과 기준 피상속인→상속인

현행 상속세제하에선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상속세가 부과된다. 피상속인이 국내 거주자면 국내·외 모든 상속재산, 피상속인이 외국 거주자(한국 비거주자)면 국내에 있는 상속재산만 부과 대상이다. 피상속인이 외국 거주자라면 상속인이 국내 거주자라 하더라도 국외 소재 상속재산엔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개정안은 피상속인이 아니라 상속인을 중심에 놓는다. 상속인이 국내 거주자면 그가 취득한 상속재산 전부에 상속세가 과세된다는 얘기다. 다만 상속인과 피상속인 모두가 ①비거주자거나 ②단기 거주 외국인(상속개시일 전 10년 전부터 상속개시일까지의 기간 중 국내 체류 기간 합계가 5년 이하인 외국인)인 경우에는 상속으로 취득하는 국외 소재 재산에 상속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과세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상속세가 부과되는 현행 상속세제하에선 전체 상속세액에 대해 상속인 각각이 연대 납세 의무를 지되 상속인 각자가 받은 재산을 한도로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속인 각자가 상속으로 취득한 재산에 대해서만 본래의 상속세 납세 의무를 진다. 다만 조세채권을 확보하기 곤란한 몇몇 경우에만 연대 납세 의무를 진다. 상속인 간에 명의와 실질 귀속을 달리해 상속세 과세표준과 세액을 거짓으로 신고한 경우에는 실제 받은 재산을 한도로 납세 의무를 지게 된다.
물려받은 만큼 세금 내라…상속세제 '대수술' 전 알아야 할 것들 [이준엽의 Tax&Biz]

공제 방식 바뀌어…우회 상속엔 추가 부담

상속세제가 유산취득 세제로 바뀌면 공제 방식도 바뀌게 된다. 현행 상속세제는 피상속인을 기준으로 계산한 상속세과세가액에서 기초공제, 인적공제와 일괄공제 중 하나를 적용해 일정 금액을 공제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하에선 상속인이 취득한 상속재산(상속세과세가액)에서 피상속인과 상속인 간 관계를 고려해 책정된 일정 금액(배우자는 10억원, 직계비속은 5억원, 그 외의 경우 2억원)이 인적 공제액으로 차감된다.

현행 상속세제는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받는 보험금, 신탁, 퇴직금 등을 피상속인의 상속재산으로 보는 간주 규정을 두고 있다. 개정안은 이를 상속인의 상속취득재산으로 본다. 현행 상속세제는 피상속인이 영리 법인에 자산을 유증하는 경우 그 법인의 주주 중 상속인과 그 직계비속이 그에 상당하는 상속세를 납부하도록 한다. 그에 비해 개정 법률안은 피상속인의 유증으로 자산을 취득한 법인의 지배주주와 그 친족이 상속재산을 취득한 것으로 보고 상속세를 매기도록 했다.

개정안은 가업상속공제, 영농상속공제의 한도를 상속인 별로 취득한 관련 재산 비율에 따라 안분하되 협의(協議)를 통해 달리할 수 있도록 했다. 금융재산상속공제도 각 상속인이 취득한 금융재산의 비율에 따라 안분하도록 규정한다. 재해손실공제는 각 상속인에게 적용하도록 하고, 동거주택상속공제는 요건을 갖춘 상속인이 취득한 공제 대상 주택의 지분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제받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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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은 상속세 신고 기한을 현행 6개월에서 9개월로 연장했다. 신고 기한 중 상속재산을 재분할한 경우 상속세를 수정 신고하거나 경정 청구해야 한다. 신고기한 후 상속분이 변동된 부분에 관해선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했다.

개정안 중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우회 상속에 관한 비교 과세 특례조항이 신설됐다는 점이다. 상속세는 누진세율로 부과된다. 그런 탓에 유산 세제가 아니라 유산취득 세제를 적용하면 상속 시점에 상속인 여럿에게 상속재산을 분산시킨 후 이를 다시 증여하는 방식을 통해 상속세를 줄이려 할 여지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피상속인의 특수관계인이 상속으로 취득한 재산을 상속 후 5년 이내에 다른 상속인 등에게 증여하면 그 다른 상속인 등이 해당 재산을 직접 상속받았을 경우의 세 부담과 비교해 차액을 추가 과세하도록 한 것이다.

또 개정안이 시행되면 상속세율의 누진도가 꺾이고 인적 공제액이 커짐에 따라 전체적인 상속세부담이 상당히 감소할 것으로 보이나 국외 재산상속과 같이 일부 세 부담이 증가할 여지도 남아 있다.

정부는 개정안의 시행 시기를 2028년 1월 1일 이후로 잡고 있다. 개정안이 입법 예고된 내용대로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이 유산취득 세제방식을 택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한국 역시 큰 흐름에서 유산취득 세제로 전환될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 상속 플랜 점검을 위해 개정 법률안의 내용을 미리 숙지해 놓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준엽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I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같은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김앤장 합류 전까지 대법원 조세조 재판연구관, 조세 부문 파트너변호사,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등으로 일했다. 선례적 의미가 있는 다수의 조세 소송 및 심판 사건, 조세 자문, 세무 조사 대응, 법령 개정, 유권해석 획득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김앤장에서도 조세 소송 및 심판, 세무 조사, 조세 자문, 조세 형사, 관세 등 분야 위주로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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