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테터보로에 있는 월마트의 학용품 및 장난감, 아이용 액세서리 선반이 텅텅 비어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테터보로에 있는 월마트의 학용품 및 장난감, 아이용 액세서리 선반이 텅텅 비어있다.
“요즘은 개점할 때 와야 장난감이나 학용품 등을 고를 수 있어요. 지금처럼 오후 3~4시쯤 오면 인기 제품은 다 팔리고 없어요.”
17일(현지시간) 오후 4시 뉴저지 테터보로에 있는 월마트를 찾은 안나 조엘 씨는 이처럼 말했다. 실제 이 시간 월마트의 장난감 및 학용품, 아이용 액세서리를 모아놓은 진열대는 텅텅 비어있었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에서 이같은 재고 부족 상황이 이어지는 것은 최근 관세 영향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월마트는 수입품의 60%가량을 중국에서 조달하는데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으로 재고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로 100% 넘는 관세를 적용하며 맞서던 미국과 중국이 지난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고위급 회담을 거쳐 각각 상대국에 대한 관세율을 90일간 115% 포인트 낮추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중국에 관세 30%를 부과하고 있다. 전 세계 대다수 국가에 10%의 기본관세도 지난달 5일부터 적용 중이다.

미국 장난감 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장난감의 약 80%는 중국에서 제조된다. 관세가 예상보다는 낮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취임 초기보다는 대폭 오른 탓에 중국 제품을 수입하는 유통업체 등은 중국 제품 구매를 취소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저렴한 공급망 확보가 여의찮으면서 재고 부족 상황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교육용 장난감 제조업체 헌타사의 경우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 이후 생산량을 60~70% 줄이고, 400명의 중국 직원 중 3분의 1을 해고했다. 남은 인원에게는 임금과 근무 시간을 감축했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15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관세가 “여전히 너무 높다”며 미국 소비자들은 이달 말 또는 내달 월마트의 가격 인상을 보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월마트가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월마트는 체인 전반에 걸친 가격 인상 이유로 관세를 탓하려는 시도를 멈춰야 한다”고 경고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월마트는 작년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수십억 달러(수조 원)를 벌어들였다”며 관세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길을 택하지 말고 주요 수입처인 중국과의 협의로 관세를 ‘흡수’하라고 촉구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만큼 가격 인상하는 방안을 택하지 말고, 중국 측 수출 업체와 월마트의 이익을 줄이는 길을 택하라는 취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지켜볼 것이고, 당신의 고객(소비자)들이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