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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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주(株) 주가가 다시 꿈틀대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관세 전쟁' 우려가 완화된 데다 엔비디아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아랍에미리트(UAE)에도 대규모 인공지능(AI) 칩을 공급한다는 소식이 억눌렸던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국인 투자자도 반도체주 매수에 나서고 있어 추세적 상승세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반도체지수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7.57% 상승했다. 전체 KRX 지수 중 3위를 차지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상위 10위 안에 진입하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반전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 기간 반도체 양대 산맥인 와 가 각각 3.24%와 12.96% 반등하며 전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는 게 긍정적 신호로 읽힌다. 외국인은 이달 2일과 7일 2거래일 만에 삼성전자 주식 785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하지만 같은달 8일부터 지난 15일까지 2거래일을 제외하곤 매수 우위를 보이며 2992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같은 기간 엔비디아 밸류체인(가치사슬)에 속한 SK하이닉스에 대해선 지난 9일(-48억원)을 제외하곤 연일 매수에 나서면서 1조1771억원어치를 담아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오후 1시29분 2.49% 오른 20만5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15일 5만8600원까지 오르며 '6만전자'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삼성전자는 이날은 소폭 하락하고 있다.

또한 전날까지 한미반도체(7.62%) 리노공업(8.0%) HPSP(6.68%) DB하이텍(2.74%) 등 반도체 장비주도 동반 강세를 보였다.

그동안 반도체주의 발목을 잡았던 미국발(發) 관세 리스크가 다소 완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치킨게임'을 벌이며 서로에게 부과한 고율 관세를 각각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합의하면서다. 미국이 중국에 매긴 수입 관세는 145%에서 30%로, 중국이 미국산 제품에 매겼던 보복관세는 125%에서 10%로 인하된다.

증권가에선 미·중 무역 긴장이 누그러지면서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그간 관세 전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PC·스마트폰 등 전방 수요가 꺾이면서 반도체 수요가 덩달아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미·중 협상은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이벤트로 테크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회복하는 계기가 됐다"며 "반도체 품목 관세의 강도와 무관하게 발표 시점이 특정되면 (재차)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의 인터뷰에서 반도체 품목 관세를 조기에 확정 짓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전달됐다"며 "발표 시점이 미·중 협상 진행과 맞닿아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반도체 관련 불확실성 해소는 동시다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여기에 더해 엔비디아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 등에 최신 AI 칩을 공급한다는 소식이 반도체주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를 개선했다는 분석이다. CNBC와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자사의 최신 AI 칩(GB300 블랙웰) 1만8000개 이상을 공급할 예정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GTC2025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GTC2025에서 연설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또 UAE도 엔비디아와 매년 최대 50만개의 AI 칩을 구매하는 것을 두고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GB300 공급을 가정하면 UAE와의 계약을 통해 엔비디아는 200억달러(약 28조원) 수준의 신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엔비디아 연간 매출의 15% 수준에 달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AI 서버 수요 증가는 중앙처리장치(CPU)·그래픽처리장치(GPU) 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와 같은 메모리 수요로 이어진다"며 "반도체 업종의 경우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AI 설비투자 불확실성 해소와 대중국 관세 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은 일부 해소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0.90배와 1.27배로 이 같은 불확실성을 이미 상당 부분 주가에 반영하고 있다"며 "향후 불확실성 조기 해소 여부에 따라 주가 방향성과 기울기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