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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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가 지난 4월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의 충격을 모두 지웠습니다. 나스닥은 저점 대비 20% 상승했고, S&P500은 15일(현지시간) 주요 지지선이었던 5,900을 돌파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월가가 미워한 이번 랠리, 지금 궁금한 질문 5가지 [빈난새의 빈틈없이월가]
사실 최근의 증시 반등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상치 못한 급등이었습니다. 지난 10~11일 미국과 중국의 첫 고위급 협상 전까지만 해도 유의미한 결과 없이 관세 긴장 국면이 더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압도적이었습니다. JP모건은 많은 사람들이 추가 하락 또는 횡보를 예상하고 매수 포지션을 대거 줄여놨던 상황에서 증시 회복 속도가 너무 빨랐다 보니, 이번 상승세가 "역사상 가장 미움 받는(hated) 랠리 중 하나가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반등 이후 최근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뜨겁게 토론하고 있는 주제는 "이제 어떻게 될 것인가"입니다. 랠리가 이제 끝물인지, 혹은 더 오래 갈 수 있는지, 상승세가 더 오래 이어진다면 구조적인 강세장에 진입했다고 봐도 되는지, 아니면 그저 베어마켓(약세장) 랠리에 불과한지가 모든 투자자들의 관심사입니다. 다섯 가지 질문과 그에 대한 답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최근 랠리의 이유

먼저 최근 랠리가 가능했던 배경을 봐야 그 이후를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물론 투자자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관세 갈등 완화입니다. 상호관세 90일 유예에 이어 지난 12일 발표된 미중 간 관세 90일 인하 조치는 결정적인 촉매였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관세 정책이 올해 S&P500의 하락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자료=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과 관세 정책이 올해 S&P500의 하락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자료=르네상스매크로리서치
골드만삭스의 글로벌 주식 전략가 피터 오펜하이머는 "이번 약세장은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유발된(event-driven) 것이었지만, 관세 위협이 소비 심리와 기업 투자를 짓누르면서 침체로 이어지는 '순환적(cyclical) 약세장'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합니다. 그렇게 되기 이전에 관세 정책이란 이벤트가 (일단) 해소되면서 구조적 약세장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크게 줄었다는 겁니다.

예상보다 양호한 거시 지표와 1분기 기업 실적, 하락에도 계속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의 '저가 매수' 전략도 이번 상승세를 주도했습니다. 개인투자자들의 지속된 유입과 그로 인한 주가 상승은 시장 하락에 베팅했던 헤지펀드와 기관투자자들의 숏커버 매수(공매도 포지션 청산에 대응한 매수)로 이어지면서 더 큰 랠리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랠리 끝물일까

그렇다면 이젠 랠리가 끝난 걸까요? 아직은 아니라는 게 월가의 중론입니다. JP모건은 "단기 조정 위험이 커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큰 폭의 하락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그러면서 5월 또는 2분기 내 S&P500이 사상 최고치인 6,144에 다시 도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올해 현금 포지션 1순위를 유지하고 있는 헤지펀드 투자자 댄 나일스도 "향후 약 90일(8월까지)은 새로운 강세장처럼 보일 수 있다"면서 "3~5% 조정이 오면 매수 기회"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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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는 이렇습니다. ① 추세 추종 자금인 CTA, 변동성 투자 전략 자금 등 시스템 기반 자금이 매수세로 전환되는 분기점에 있어 더 많은 증시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점 ② 최근의 반등에도 여전히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태여서 향후 위험 자산에 대한 매수 여력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 ③ 고용, 소매판매, 소비자신뢰지수 등 단기적으로 경제 데이터가 예상보다 좋게 나올 가능성 추가 무역 협상 타결에 대한 기대감 등입니다.

JP모건은 오는 28일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증시에 추가 촉매가 될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최근 중동으로의 AI 칩 수출 확대 소식이 엔비디아의 가이던스에 긍정적으로 반영되면 주가도 두 자릿수 급등이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추세적 강세장으로의 전환인가

그럼에도 월가는 증시가 강세장으로 완전히 전환했다고 보지 않습니다. 최근의 반등은 결국 일시적인 베어마켓 랠리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르네상스매크로의 닐 두타 리서치 총괄은 "지금 상황은 결국 (관세 갈등 본격화 이전) 원점으로 돌아온 것일 뿐"이라면서 "경제 전망은 2월보다 더 악화됐다"고 지적합니다. TS롬바르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브 블리츠도 "이번 관세 완화와 시장 반등은 단기 전술적 랠리"라면서 "중장기 구조적 리스크는 오히려 더 커졌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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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관세 유예가 종료되면 언제든 다시 긴장이 고조되는 국면이 재현될 수 있습니다. 블리츠는 트럼프 대통령이 감세안이 통과되면 다시 공격적인 관세 정책에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② 트럼프 정부 출범 이전 3%였던 미국의 실질 관세율은 관세 대부분이 유예된 지금도 이미 13~16% 수준입니다. 현재의 관세율이 추가 인상 없이 유지된대도 미국 경제 성장률은 전년 대비 상당폭 둔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더 높아질 위험이 상존합니다.

관세 영향이 지표로 나타나기 이전인 지금은 선구매 수요까지 가세해 경제 지표들이 양호해 보입니다. 하지만 실물 경기 둔화가 현실화하고 데이터에도 반영되기 시작하면 기업 실적 추정치 하향, 투자 심리 위축 등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닐 두타는 그 시점이 7~8월이 될 수 있다고 예측합니다. JP모건도 세금 관련 논쟁, 관세 유예 종료, 부채한도 이슈 등이 겹치는 여름엔 증시가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두타는 지금도 미판매 신규주택 재고 증가, 테크 부문을 제외한 설비투자 지출 의향 약화, 고용시장 냉각 등 미국 경제 기초체력이 둔화하는 조짐을 보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재가속화 우려 때문에 Fed는 선제적 금리 인하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는 경기 둔화 위험을 더 키우는 요인입니다.

오펜하이머도 연초 미국 증시가 안고 있었던 리스크 역시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합니다. 미국 증시의 고평가 부담, 대형주로의 극단적 쏠림, AI 투자 관련 불확실성 등입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여전히 약세장 속에 있다면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골드만삭스는 "과도한 낙관보단 포지션을 점검하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야 할 때"라고 강조합니다.

특히 달러 약세로 인해 해외 투자자의 미국 자산 매수가 약해질 수 있는 만큼, 미국 외 지역으로의 분산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업종과 팩터도 다변화가 필요합니다. 오펜하이머는 "미국에선 기술주, 유럽에선 은행과 통신주를 선호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재투자를 통해 지속적 수익 성장을 시현할 수 있는 고품질 성장주, 자사주 매입 또는 배당 확대로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가치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또 고율 관세가 지속된다면 높은 가격 결정력을 갖고 마진을 유지할 수 있는 기업들이 시장 평균보다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메타와 코카콜라, 셔윈윌리엄스, 콜게이트 등이 대표적입니다.

뉴욕=빈난새 특파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