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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
주식투자자라면 일상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가 많다. 피터 린치도 그랬다. 피터 린치는 “당신이 약간의 신경만 쓰면 동네 쇼핑상가 등에서 월스트리트 전문가들보다 훨씬 앞서 굉장한 종목들을 골라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대표 산업 중 하나인 반도체 산업, 엔비디아를 필두로 인공지능(AI),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산업 개화가 목전에 있다. 그런데 우리는 당연하게도 반도체를 생각하면 장비, 소재 등만 생각한다.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물’이다. 반도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 중에서도 ‘초순수’다. 이미 국산화를 시도하고 있는 기업이 있는데, 오늘은 한성크린텍이라는 기업에 대해 알아보겠다.
HBM 핵심 ‘초순水’, ‘한성크린텍’에 주목 한성크린텍은 1998년 설립해 2003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2023년 10월 이엔코퍼레이션에서 한성크린텍을 흡수합병하며 사명을 변경한 초순수 및 수처리설비 EPC 전문업체다. 동사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의 플랜트에 산업용수를 공급하는 수처리설비 EPC부터 액상폐기물을 처리 및 재활용, 폐수의 최종 방류까지 수직계열화를 구축해 낸 상태다.
동사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꾸준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해왔으나, 지난해에는 전방산업 침체 및 투자축소 등 공사 중단에 따라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 및 러·우 전쟁에 기인한 글로벌 원자재 가격 급등, 노무비 및 인건비 등의 공사원가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사는 기초체력이 있던 회사였고, 최근 영업과 수주 상황을 반영 및 추정한다면 올해 다시 실적 턴 어라운드가 전망된다. SK하이닉스 M15x의 ph-3 WWT 시스템 수처리설비 공사, 삼성전자 P4 수처리설비 공사가 진행되고, 상반기 내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입찰이 예상되며, 자회사의 안정적인 실적이 뒷받침되는 가운데 2Q25부터 리사이 클링 사업 매출 발생이 시작되면서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초순수 국산화를 위한 2차 국책과제 참여기업 선정이 1H26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동사는 과제 참여를 계획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초순수 국산화에 가장 앞선 기업 이 기업은 2021년 6월부터 2025년 12월까지 약 4.5년 간 진행되는 초순수 국산화 국책과제 수행기업에 선정돼 초순수 국산화 국책과제의 설계와 시공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초순수(Ultra Pure Water)란, 매우 복잡한 공정을 거쳐 물의 전기전도도(EC), 입자수, 생균수 등을 극히 낮은 수준으로 억제한 고순도의 용수를 뜻한다. 초순수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제약, 화학, 발전 플랜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는 식각 및 연마 등의 공정 전후로 웨이퍼를 세정하는 데 사용, 디스플레이에서는 글라스를 세정하는 데 주로 활용된다. 초순수 플랜트는 용도에 따라 20~30여 개의 수처리 공정 조합으로 구성돼 있다. 산업별로 요구하는 공업용수의 수질은 그림4와 같으며, 가장 높은 등급의 순수를 요하는 산업은 바로 반도체다.
글로벌 물산업 조사기관 GWI에 따르면 글로벌 초순수 시장규모는 2022년 약 29.7조원에서 2024년까지 47.6조원으로 연평균 2.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시장에선 발전 산업이 42.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정유·석유화학, 미세전자가 그 뒤를 따른다. 2024년 국내 초순수 시장규모는 약 2.4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미세전자 산업이 65.5%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발전 산업이 그 뒤를 잇는다.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 시장에서 미세전자 부문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것은 글로벌 종합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초순수 시장은 일본이 높은 점유율 차지하나, 장기적으로 국산화 유인 높아
글로벌 초순수 시장에서는 일본이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다. 특허로만 보더라도 일본 3대 수처 리 기업인 쿠리타(Kurita)와 오르가노(Organo), 노무라(Nomura)가 각각 200건, 69건, 73건으 로 전 세계 66%를 차지하고 있다. 세 기업 매출은 2024년 기준 3,848억엔(3.9조원), 1,504 억엔(1.52조원), 960억엔(9,600억원)으로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이 중 노무라와 쿠리타는 국내 반도체 기업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수처리 EPC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은 설계와 조달을 담당하고 있으며 한국에 100% 자회사 ‘노무라마이크로사이언스코리아’와 ‘쿠리타 한수’를 통해 시공 및 유지보수 사업까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수처리 산업 역시 장기적으로 국산화 유인이 크다. 과거 한일 무역분쟁 발발로 일본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반도체 공정 핵심소재 수급이 어려워져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타격을 입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소재 국산화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일본은 2019년 7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 (에칭가스), 포토 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수출을 제한하는 보복 조치를 취했고, 8월에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기에 이른다. 이에 따라 첨단산업의 소재 국산화 필요성을 절감하였으며, 결국 수처리 산업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국산화는 필수 불가결하게 될 것이라 판단한다.
과거 초순수 수처리 설비 구축 이력 및 2차 국산화 국책과제 참여 위한 노력
동사는 초순수 국산화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반도체 웨이퍼를 생산하는 SK실트론에 836억원 규모 대용량 초순수 EPC 사업을 수주해 시간당 420t(톤)(일평균 약 1만t)의 초순수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에 대한 설계, 시공 및 시운전 업무를 수행했다. 뿐만 아니라 삼성E&A에 약 2100억원 규모 초순수 설비 수주, 솔브레인 미국공장에 반도체용 초순수 설비 수주, 반도체 산업 이외에도 LG디스플레이 및 롯데바이오로직스 등에 고순도의 초순수 설비를 수주한 바 있다. 더불어 폐수를 재이용해 초순수 원수로 활용하는 기술 확대 및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책과제를 통해 동사와 일본 업체 간 기술격차가 상당 부분 줄어들기는 했으나 조달 영역에 서는 아직 일본 기업의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정부의 초순수 국산화 기조 에 따라 국내 초순수 선두기업인 동사도 초순수 공정확대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 는 2026년 초 2차 초순수 국책과제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1차 초순수 국책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동사 역시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이를 통해 동사는 초순수 플랜트 구축 능력을 더욱 고도화 할 전망이다.
대주주 지분 매입 계획 공시는 최대주주의 주가 부양 의지를 의미
지난 4월 9일 동사의 대주주들이 일제히 지분매입 계획을 공시했다. 최대주주인 제이에스아 이컴퍼니를 비롯해 이에셋글로벌, 아이즈비전까지 5월 9일부터 6월 7일까지 약 한 달간 총 2%의 지분을 매입하겠다는 공시다. 이는 지난해 일시적 대량 손실 인식 후 실적 턴 어라운드 가 기대되는 상황에서 대주주들이 현 주가 상황에 대해서는 메리트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 해석할 수 있다. 이들은 앞서 지난 4월에도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확대했다. 동사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은 다수의 상장사로 구성돼 있으며, 동사 지분을 약 40% 보유하고 있다.
전방산업 HBM 등 시설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 예상 현재 가장 기대되는 모멘텀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다. 반도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기에 각각 360조원, 122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HBM 업계 1위인 SK하이닉스는 1분기 1기 팹 착공을 이미 시작했다. 계획대로라면 2027년 2분기에 준공될 예정이다. 레거시 메모리 중심의 삼성전자는 2026년부터 본격적인 대규모 투자 집행을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산업단지 인프라의 핵심은 전력과 산업용수가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가 이다. 2021년 기준 일평균 산업용수 사용량은 삼성전자 39.5만t, SK하이닉스 28.5만t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하루 80만t의 산업용수 공급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돼 수처리설비 업계에 큰 수혜가 될 전망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대규모 건설이 시작되는 올해부터 수 년간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초순수 뿐만 아니라 순수, 폐수 재이용 등 산업용수 공급에 특화된 동사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추정된다.
전방산업(반도체)의 투자 회복 및 원자재와 인건비 등 원가 요소의 안정화, 동사의 구조조정을 통한 사업체질 개선에 힘입어 올해는 실적개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①하이닉스 M15x 폐수처리 설비 공사의 매출이 온기 반영될 예정 ②지난해 잠시 멈춰졌던 삼성전자 평택 P4 공장 증설이 작년 말부터 재개되며 이 역시 올해 반영될 전망이다. ③또한 올 1분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폐수설비 입찰이 예정돼 있어 현재 입찰 참여를 준비 중이다. 동사가 수주할 경우 대규모의 수처리설비 공사를 추가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안정적인 수익을 시현하는 자회사 실적과 2분기부터 황산암모늄의 리사이클링 매출이 추가되기 시작하면 동사 올해 연결기준 매출과 수익성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