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한 대선 후보들이 ‘경제’를 10대 공약의 전면에 내세웠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등 ‘국가 주도 투자’를 강조한 가운데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법인·상속세 감세,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리쇼어링 정책을 통해 기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공정경제 실현' 김문수 '규제혁신·감세' 이준석 '작은 정부'
12일 주요 대선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정책’을 통해 이 같은 경제 살리기 공약을 일제히 내놨다. 이재명 후보는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AI 분야 예산을 선진국 수준 이상으로 증액하고 민간 투자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국가 주도로 신산업을 집중 육성해 성장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공정한 경제 구조’도 강조했다. 자신의 대표 정책인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발행 규모를 확대해 소상공인의 활력을 증진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김문수 후보는 ‘자유주도 성장’을 내세우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다. 투자를 저해하는 규제는 글로벌 스탠더드 수준으로 혁신하고,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30%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준석 후보는 해외 진출 기업 중 국내로 돌아오는 ‘리쇼어링’ 기업에 고용과 세제에서 혜택을 주겠다고 공약했다.

노동 공약에서는 후보 간 차이가 컸다. 이재명 후보는 원청을 상대로 한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는 내용 등을 담은 노동조합법(일명 노란봉투법) 개정 등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김문수 후보는 주 52시간 근로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준석 후보는 지방자치단체별 최저임금을 차등화해 지역 간 경쟁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주요 후보는 10대 공약에 드는 재정 조달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정부 재정 지출구조 조정분, 2025~2030년 연간 총수입 증가분(전망) 등으로 충당하겠다”는 정도로 제시했다. 김문수 후보도 “국비와 지방비를 더 쓰겠다”고 했다.

대선 후보 3인 '10대 공약' 분석해 보니
이재명, 국가 중심 성장에 초점…김문수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대통령 선거에 나선 주요 정당 후보들은 10대 공약의 절반 이상을 경제·산업 분야 공약으로 채웠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7개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5개를 이 분야에 할애했다. 하지만 이들이 그리는 경제의 모습은 상이했다.

◇‘공정경제’ 강조한 이재명

12일 이재명 후보가 발표한 10대 공약에는 “공정한 경제구조 실현”을 목표로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제 분야 공약이지만 소상공인과 가계 등 약자를 대상으로 한 분배 정책에 가까운 내용이 많았다.

대표적인 게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다. 이재명 후보는 소비 촉진 방안으로 지역화폐 발행 확대를 공약했다. 정부가 할인액을 보조해 소비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자영업자의 ‘아프면 쉴 권리’를 위한 상병수당 확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저금리 대환대출 등도 경제 공약으로 담겼다.

기업 부담을 늘리는 내용도 있었다. 이재명 후보는 상법 개정안을 통해 ‘주주 충실 의무’ 도입 등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겠다고 했다. 자본·손익거래를 통한 지배주주의 사익 편취 행위도 근절하기로 했다.

또 다른 경제 공약인 아동·청년·어르신 관련 공약에선 ‘기본이 보장되는 사회’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동수당, 근로장려금, 농업 공익직불금 확대 등 현금성 복지 공약이 주를 이뤘다.

5대 경제 공약 중 성장전략으로 볼 수 있는 것은 1호 공약인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집중 육성’ 정도였다. 이재명 후보는 K콘텐츠 지원을 강화해 글로벌 5대 문화강국으로 성장하고, K방산 수출을 늘리기 위해 컨트롤타워를 신설하는 등 주로 국가가 중심이 된 성장 전략을 구상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감세 내세운 김문수

김문수 후보는 자율적인 기업 환경에서 성장과 혁신이 나온다고 보고 있다. 그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성장과 번영의 시대를 실현하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은 규제 혁신과 감세다.

김 후보는 경쟁국보다 앞선 기업 환경을 조성해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신기술·신산업 분야 규제를 철폐하고, 세제 혜택과 보조금 지급 등 기업 투자에 인센티브를 준다는 방침이다. 법인세와 상속세도 낮추기로 했다.

소비 촉진은 중산층 감세로 유도한다. 지역화폐를 통한 소비 진작을 공약한 이재명 후보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김 후보는 종합소득세에 물가연동제를 도입해 세 부담을 낮출 계획이다. 소득세 기본공제는 1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높이고, 부부간 상속세도 폐지한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에서 30%로 내리기로 했다.

부동산과 관련해선 종합부동산세 개편,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를 약속했다. 재건축·재개발 권한은 기초자치단체에 이양해 신속 추진을 유도할 방침이다. AI 분야 육성을 위해선 100조원 규모 민관합동펀드와 기업이 주도하는 ‘AI 스타트업·벤처 상장 펀드’ 조성이 필요하다고 봤다. 민간의 역할을 다소 강조했지만 이재명 후보와 큰 틀에서 대동소이했다.

◇이준석의 ‘작은 정부’

이준석 후보의 1호 공약은 행정부 축소다. 경제 공약을 첫머리에 내세운 다른 후보와 달리 거버넌스 문제를 다뤘다. 이준석 후보는 19개 중앙부처를 13개로 통폐합하기로 했다.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교육과학부로 통폐합하고, 보건복지부는 보건부와 복지부로 분리하며, 여성가족부는 폐지한다는 내용이다. 기획재정부에서 예산기획 기능을 분리해 국무총리실 산하 예산기획실로 옮기겠다는 구상도 담았다.

법인세의 30%를 지방세로 전환해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세율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공약도 내놨다. 최저임금도 최종 결정 권한을 지자체로 이양해 조정할 수 있게 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산업단지로 돌아오는 기업에 최대 10년간 최저임금 적용에서 예외를 인정해주는 등 규제를 완화해 리쇼어링 활성화도 유도할 방침이다.

강진규/김형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