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진 콘서트 뒤풀이 할게요" 480만원어치 시키고 '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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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 꽃다발과 포스터까지 준비한 점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40대 A씨는 지난 8일 이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가수 남진 소속사 직원으로 소개한 수화기 너머 남성은 "회사 방침상 예약금 입금이 당장 어려워 당일에 결제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반신반의했지만, 실제 10일 창원에서는 남진 데뷔 60주년 기념 전국투어 콘서트가 예정돼 있어 이 남성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A씨는 가게 직원들과 함께 음식을 준비하고, 남진을 위한 꽃다발과 포스터도 제작했다.
이튿날 남진 소속사 직원이라는 남성은 A씨에게 또 전화를 걸어 "남진 선생님과 콘서트 출연진을 위한 술을 가게에 준비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남성이 특정한 술은 고가 주류로, A씨 가게에서는 취급하지 않은 품목이었다.
A씨가 이 사실을 말하니 이 남성은 한 주류업체 연락처를 소개해주면서 먼저 돈을 주고 술을 미리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거절했으나 "무조건 간다"는 남성 말을 믿고, 결국 470만원 상당의 술값을 지불하고, 술은 예약 당일 오전에 받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10일 A씨는 '무조건 간다'던 남성에게서 '일이 생겨서 회식을 취소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이후 연락은 두절됐고, 술과 술값 모두 받지 못했다.
비로소 사기인 것을 알아차린 A씨는 남진 소속사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최근 문제가 되는 식당 예약 보이스피싱 범죄에 많은 연예인이 이용당하고 있다. 이 사안으로 예약전화를 받은 식당 관계자분들은 보이스피싱임을 인지하신 후 피해 없으시길 바란다"며 "가수 남진 님은 콘서트 후 어떤 뒤풀이도 예정돼 있지 않다"는 공지가 게시되어 있었다.
A씨는 "불경기에 자영업자들이 특히 힘든 상황에서 이런 전화를 받으면 속을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창원지역 요식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법의 사기를 당한 자영업자 사례가 다수 있었다. 창원 마산지역 한 식당에서도 A씨 사례와 같은 '남진 콘서트 뒤풀이'를 예약받고, 음식을 잔뜩 준비했다가 낭패를 봤다.
창원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1일 기준 이런 내용으로 사기를 당했다는 자영업자 진정이 3건이나 접수됐다. 경찰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접수된 사건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고, 자영업자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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