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도 뚜렷…예금자 보호 안돼
보안 약해 해킹시 복구 불확실
당국 무허가 간주땐 제재 우려
글로벌 디지털 결제 플랫폼 기업인 페이팔은 최근 자사 스테이블 코인인 ‘페이팔 USD’ 보유자에게 연 3.7% 이자를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페이팔 USD는 페이팔이 2023년 8월 선보인 미국 달러 연동 스테이블 코인이다. 페이팔 앱을 통해 현금화는 물론 송금·이체·결제 등이 가능하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서 장악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며 “높은 이자율을 제공해 전통 은행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통예금보다 높은 이자
12일 암호화폐업계에 따르면 스테이블 코인 관련 기업들이 시중은행과 ‘이자 경쟁’에 나서고 있다. 페이팔은 올해 여름부터 페이팔 USD 보유자에게 연 3.7% 이자를 매달 페이팔 USD 형태로 지급하기로 했다. 페이팔이 고금리의 보상책을 마련한 건 페이팔 USD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서다. 페이팔 USD 시가총액은 9억3000달러로, 약 1조3000억원 규모다. 테더(USDT·1499억달러), 유에스디코인(USDC·607억달러)과 비교하면 한참 못 미친다.
바이낸스 등 해외 암호화폐거래소에서도 스테이블 코인을 예치하면 연 4~6%의 보상을 제공한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이를 ‘스테이킹’이라고 부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보통예금 이자가 평균 연 0.41%”라며 “스테이블 코인 예치로 인플레이션을 웃도는 실질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보통예금의 이자율은 연 0.1% 수준이다. 고객이 언제든 출금할 수 있기 때문에 은행은 여기에 입금된 돈을 장기 대출이나 수익성이 높은 공격적 투자에 쓰기 어렵다. 금리가 매우 낮은 이유다. 하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예치 자산을 고수익으로 운용하거나 플랫폼 자체적인 보상 예산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높은 이자(보상)를 제공한다. 페이팔은 예치 기간 제한 없이 보유만 해도 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다.
스테이블 코인은 이자 지급 방식에서도 전통 금융과 차별된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보통예금의 이자를 6개월에 한 번씩 제공한다. 정기예금은 대부분 만기 시 이자를 지급한다. 대부분의 스테이블 코인 플랫폼은 매일 또는 매월 이자를 자동으로 준다. 은행 예금은 대부분 단리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지급된 코인도 예치 자산으로 간주해 복리 효과가 있다.
◇법적 지위는 불확실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신분증이 필요하다. 금융실명제에 따라 실명 확인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내에서 새로 계좌를 개설할 때는 반드시 개설 목적을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목적이 불명확하면 계좌 개설이 거절될 수도 있다. 반면 스테이블 코인을 보관하는 디지털 지갑은 지갑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된다. 계좌 개설을 하기 어려운 금융 소외계층엔 저축하고 이자 소득을 올릴 길이 열린 셈이다.
스테이블 코인 예치의 단점도 뚜렷이 존재한다. 법적으로 원금과 이자를 보장받지 못한다. 한국은 현재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가 가능하다. 미국은 최대 25만달러까지 보장된다. 스테이블 코인은 발행사가 파산하면 자산 회수가 어렵다. 또 보안에 취약하고 해킹 시 복구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 지갑에 부여되는 일종의 암호인 개인 키(key)를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개인 키는 숫자와 알파벳이 혼합된 매우 긴 암호다. 이 정보를 잃어버리면 지갑을 영구적으로 쓸 수 없다.
법적 지위가 불확실한 것 역시 리스크 요인이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에서 스테이블 코인 예치 서비스를 ‘무허가 은행업’으로 간주하면 제재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