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신도시 전경. 사진=한경DB
위례신도시 전경. 사진=한경DB
"위례신도시 집주인들은 '정부에게 분양 사기를 당했다'며 원성이 높아요. 경전철 설치한다며 분담금을 받아 갔지만 실현된 건 없죠. 행정구역도 개편한다더니 그대로 방치해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까지 맞아 거래도 멈췄어요." (서울 송파구 장지동의 한 공인중개사)

2기 신도시인 위례 집값이 교통사업 표류와 맞물려 내리막길을 이어가고 있다. 1조원 넘는 분담금까지 냈지만, 진척을 내지 못하던 위례신사선이 아예 무산될 위기라는 우려에 주민들도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1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와 성남시 수정구, 하남시 학암동이 섞인 위례신도시 집값이 최근 내림세를 보였다.

하남시 학암동 '위례신도시신안인스빌아스트로'는 이달 전용 96㎡가 14억9000만원(21층)에 매각됐다. 직전 거래인 지난달 15억4500만원(10층)에서 한 달도 되지 않아 5500만원 떨어졌다.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위례더힐55' 전용 85㎡는 지난달 12억1500만원(6층)에 팔렸다. 지난 3월 13억원(6층)과 비교하면 한 달 만에 1억원이 떨어진 셈이다. 인근 '위례센트럴자이' 전용 51㎡도 한 달 만에 1억원 내린 10억4500만원(1층)에 손바뀜됐다.

일각에선 "집값이 내리더라도 팔리면 다행"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 송파구에 속한 위례신도시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으로 인해 대부분 거래가 끊긴 탓이다.
위례신도시로 진입하지 않는 위례과천선 노선도(안). 사진=국토교통부
위례신도시로 진입하지 않는 위례과천선 노선도(안). 사진=국토교통부
'준강남' 입지로 인기를 얻었던 위례신도시 집값이 하락한 배경에는 17년째 표류 중인 교통사업이 있다. 주민들은 아파트 분양 당시 1조6800억원에 달하는 광역교통분담금을 납부했지만, 위례를 관통할 예정이던 송파~대공원 급행철도(현 위례과천선)는 최근 위례를 패싱(passing)하는 노선이 채택됐고 송파~용산 급행철도(현 위례신사선)는 아예 무산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월 공개한 노선도에 따르면 위례과천선은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있는 지하철 8호선 복정역을 기점으로 삼았다. 위례 중심지를 경유하기는커녕 위례 밖으로 나가버린 것이다. 창곡동이나 학암동에 속한 위례 주민들이 복정역을 이용하려면 대중교통으로 20분 이상 이동해야만 한다.

위례신사선의 상황은 한층 심각하다.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였던 이 사업을 포기한 이후 서울시는 사업 참여자를 구하지 못했고, 결국 민간투자대상사업 지정을 취소하고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받아야 하는데, 주민들은 위례신사선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위례신사선 노선도. 사진=한경DB
위례신사선 노선도. 사진=한경DB
창곡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비용대비편익(B/C)이 1.0 이상이 나와야 예타를 통과할 텐데, 지금은 공사비가 너무 올랐다"며 "교통 여건도 버스나 트램 등을 감안하면 예전보다는 개선됐다고 볼 수 있어, 사업 좌초를 우려하는 집주인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례과천선도 무산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위례신사선마저 폐기되면 동네 집값이 오를 수 있겠느냐"고 푸념했다.

불만이 고조되면서 주민들의 집단행동도 예고됐다. 위례신도시 시민연합은 오는 16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궐기대회를 열고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와 주관처인 서울시 등을 성토할 계획이다. 시민연합은 철도계획 원안 복구와 민자사업 전환에 대한 책임, 광역교통계획 이행을 위한 실질적 행동 등을 끌어내기 위해 행정소송 등의 대응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에서는 주민들의 항의가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지동의 한 개업중개사는 "교통망 확충 관련 악재가 워낙 오랫동안 이어진 만큼 집주인의 원성이 높아 단발적인 항의로 그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