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절반 이상이 계속되는 울분에 고통받는 ‘장기적 울분 상태’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 중 47명은 건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고 답해 국민 정신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사회 불공정"…국민 절반이 울분 안고 산다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이런 내용의 ‘정신건강 증진과 위기 대비를 위한 일반인 조사’ 결과를 7일 발표했다. 연구팀이 지난달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54.9%가 울분 지속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고통받는 장기적 울분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49.2%) 대비 5.7%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연구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울분 수준은 공정에 대한 신념과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함과 믿음에 위배되는 상황이 반복될수록 울분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응답자 10명 중 7명(69.5%)은 세상이 공정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 중 입법·사법·행정부의 비리나 은폐로 울분을 느꼈다는 비율이 85.5%로 가장 높았다.

우리 사회 구성원의 전반적인 정신건강 수준은 5점 만점에 2.59점으로 집계돼 보통(3점)에 미치지 못했다. 정신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경쟁과 성과를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49.9%)가 꼽혔다. ‘타인의 시선과 판단이 기준이 되는 사회 분위기’(42.4%)가 그 뒤를 이었다.

연령별로는 30대의 우울 점수가 가장 높았다. 우울 점수가 10점(정상)을 넘어간 비율이 30대는 44.9%로 40대(37.4%)와 50대(25.2%)보다 높게 집계됐다. 소득별로는 월소득 200만원 이하 집단에서 우울 점수 10점 이상 비율이 52.6%로 가장 높았다. 지난 1년 동안 건강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심각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도 47.1%에 달했다.

이번 연구를 총괄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응답자의 절반가량이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와 주변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좋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을 비관하고 무력감에 빠지는 울분도 깊어지고 있는 만큼 사회 구성원의 정신건강을 증진시킬 정책과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