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구 전담부처 신설, 선택 아닌 필수다
“왜 한국은 죽어가고 있는가?”

구독자 2400만 명이 넘는 독일의 과학 유튜브 채널 ‘쿠르츠게작트’는 한국의 저출생 문제를 다룬 영상을 이런 첫 질문으로 시작했다.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로스쿨 샌프란시스코 명예교수는 2023년 EBS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을 듣고 머리를 부여잡으며 “한국 망했네요”라고 말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의 저출생 위기에 정작 당사자인 우리는 조용하다. 한국의 인구 문제는 찬물에서 서서히 데워져 죽음에 이르는 ‘삶은 개구리 증후군’과 같다. 위기체감도가 낮아 조기 대응이 늦었다.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총괄하는 부처가 없어 총력 대응도 미흡했다.

한국은 2018년 출산율 0.98명을 기록한 뒤 7년 연속 세계 최저를 경신하고 있다. 2024년 말에는 전체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45년에는 그 비율이 37.6%까지 치솟는다.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감소의 충격은 이미 시작됐다.

대한민국을 집어삼킬 폭풍으로 커진 인구문제의 컨트롤타워는 현재 인력과 자원이 부족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맡고 있다. 저출산위의 직원은 정원 기준 총 42명이다. 보건복지부의 한 개 국인 인구아동정책관(68명)보다 적다. 그나마 1년 단위 파견 공무원과 민간에서 채용된 소수의 임기제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부위원장으로 1년3개월째 일하고 있는 필자가 파견직 중 두 번째 장기근속자다. 일할 사람도 없고 일할 만하면 떠나는 셈이다.

우리보다 인구 위기가 심각하지 않은 나라들도 일원화된 조직 대응에 힘을 쏟고 있다. 2022년 출산율 1.26명에 위기감을 느낀 일본은 2023년 아동가정청을 신설했다. 싱가포르는 국가인구재능부가 지속 가능한 인구전략을 수립하고 조정하며, 독일은 연방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가 인구보고서를 발간하며 체계적으로 대응한다.

초저출생·초고령화는 경제와 노동, 지역균형까지 연결된 종합 위기다.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기업, 학계, 종교계 등 전 사회 주체의 협력이 요구된다. 각 주체와의 조율과 조정을 통해 협력을 유도하고,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하기 위한 전담 조직은 필수다.

조직의 성공은 인사와 예산에서 나온다. 신설 인구부는 우수 인재로 충원해야 한다. 정책의 기획·조정·평가 권한과 인구 관련 예산을 사전 심의하고 조정해 재정당국에 제출할 수 있는 예산조정권을 가져야 한다. 또한 통합적 정책을 지속 추진하기 위해 대통령이 직접 책임지는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2070년 한국 인구는 3600만 명으로 급감한다. 쿠르츠게작트는 “한국은 끝났다”고 단언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2~3세대 만에 국가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역전의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국가다. 힘 있는 인구 전담 부처를 신설해 그들의 예상이 틀렸음을 보여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