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50년 뒤 안전, 인프라 재생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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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식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장
![[기고] 50년 뒤 안전, 인프라 재생에 달려있다](http://img.wvnryckg.shop/photo/202505/01.40391105.1.jpg)
서울만 하더라도 50년 이상 된 하수관이 전체의 30% 이상을 차지한다. 가로등처럼 우리 곁에 있지만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는 기반 시설이 조용히 노후화하고 있다. 최근 10년간 잦아진 싱크홀 사고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과거 경제개발기에 속도 위주로 구축된 인프라들이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투자와 관리는 여전히 사후 대응에 머물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고치고 사고가 터지면 보완하는 식이다. 선진국은 이미 ‘예방적 유지보수’를 당연한 국가 운영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미국도 4년에 한 번 ‘인프라 리포트 카드’를 발표하며 유지보수 계획을 체계적으로 수립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앞으로 10년 동안 약 91조원을 투입해 대한민국 인프라를 전면 재생해야 한다. 매년 도로 및 교량 보수에 1조5000억원, 노후 하수관 교체에 2조7000억원, 대중교통 시스템 현대화에 1조2000억원, 항공 안전 강화에 5000억원, 에너지 인프라 스마트화에 3조원을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투자만이 답은 아니다.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새 정부는 ‘대통령 직속 SOC인프라위원회’를 띄워야 한다. 인프라 안전 기본법을 제정, 주요 시설물에 5년마다 안전진단을 의무화하고 점검 결과를 국민과 투명하게 공유해야 한다. 또 지하 3차원(3D) 인프라 지도를 전국 주요 도시에 확대 적용하고 싱크홀 발생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AI와 디지털 기술을 총동원해 효율적 운영을 해야 한다.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민간과의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 공공·민간 협력(PPP) 모델을 적극 도입해 재정 투입을 효율화하고, 첨단기술기업과 협력해 유지보수의 질을 높여야 하며, 인프라 분야에서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을 적용해 지속 가능한 관리를 실현해야 한다.
누군가는 “도로를 고치느라 왜 이렇게 많은 돈을 쓰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하루의 교통대란, 한 번의 가스 누출 사고, 한 번의 지하철 탈선이 초래하는 사회·경제적 피해는 단순한 숫자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크다는 사실을.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뒤늦은 복구’의 악순환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예방’을 통해 안전하고 지속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 것인가. 인프라는 국가의 뼈대다. 늦기 전에 제대로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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