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충북 보은 유세에서 지지자가 건넨 대추즙을 먹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사진=유튜브 '이재명' 캡처
지난 6일 충북 보은 유세에서 지지자가 건넨 대추즙을 먹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사진=유튜브 '이재명' 캡처
전국 순회 유세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유세 중 여러 법 위반 소지를 만들지 않으려 부쩍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본인이 검찰과 사법부로부터 불합리한 취급을 받는 '피해자'라는 점을 주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국을 돌며 유권자를 만나는 '골목골목 경청투어'를 진행 중인 이 후보는 지난 6일 충북 보은군에서 한 지지자가 대추즙 박스를 건네자 "이거 얼마짜리냐"며 "내가 또 처벌받을까 봐 그렇다"고 했다. 이어 "3만원 이상으로 받으면 안 되지 않냐"고 했다.

지지자가 "몇 시간을 기다렸다"며 권하는 가운데, 이 후보는 "이거 받으면 또 검찰에 불려 다니고 법원에 가서 징역 5년 살리고 그럴 것"이라고 재차 거절했다. 결국 이 후보는 대추즙 한 팩만 받아 마시면서 "이건 설마 징역 5년 이렇게 하지 않겠지"라고 했다.

이 후보는 대추즙을 건넨 지지자에게 '법적으로 돈을 받아야 한다'며 대가로 현금을 건네는 당 지역위원회 관계자에게도 "너무 많이 주면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라면서 "이거(현금이) 얼마냐"고 묻기도 했다.
지난 3일 강원도 속초 유세 중 '떡을 사달라'는 지지자들에게 답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사진=유튜브 '이재명' 캡처
지난 3일 강원도 속초 유세 중 '떡을 사달라'는 지지자들에게 답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사진=유튜브 '이재명' 캡처
같은 날 충북 영동 전통시장의 한 떡집에서는 '떡 사달라'는 지지자의 말에 "제가 드릴 수는 없고, 제가 이걸 떡을 나눠드리면 또 기부행위라고 잡아넣어서 징역 3년 선고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지난 4일 경북 영주 유세에서도 한 지지자가 선물을 건네려 하자 "공짜로 뭘 받았다 이래 가지고, 정치자금법으로 걸지 모른다"며 "우리에게는 없는 것도 만드는 세상이니까"라고 했다.

지난 3일 강원도 속초에서는 '대통령 이재명'이라고 사인해달라는 지지자에게 "대통령 이렇게 쓰면 관직 사칭으로 또 말썽이 날 것"이라고 했다. 이는 과거 검사 사칭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것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낳았다.

이 후보가 이같이 매사에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배경에는 불필요한 잡음을 차단하려는 목적도 있겠지만, 검찰과 사법부가 자신에게 무리한 기소나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점을 주장하려는 의도가 특히 크게 자리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 후보는 유세에서 "물리적으로 죽는 게 있겠지만 법률적으로도 죽이려면 죽일 수 있다. 저는 반드시 살아남겠다", "조봉암도 사법 살인이 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사형 선고를 받은 일이 있다. 반드시 살겠다" 등 자신이 '사법 살인'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