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파기환송심 재판 기일을 대선 이후로 미뤄달라며 오는 12일까지 공식 답변을 요구한 데 대해 법원은 “당사자나 변호인이 요청하면 각 재판부가 결정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카드까지 검토하는 상황에서 대법원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당혹감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5일 “재판에서 기일 변경 신청은 당사자나 변호인이 해야 하는 것”이라며 “정치권 요구에 맞춰 재판부가 직권으로 변경하는 것은 어떤 소송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후보가 소송기록 접수통지서와 피고인 소환장을 송달받았다면 선거운동 등을 이유로 기일 변경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후 해당 재판부가 기일 변경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지난 1일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을 결정한 것이 ‘졸속 판결’이라며 대법관들의 이 후보 사건 기록 검토 로그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회부 당일 기일을 잡고 첫 심리 이틀 뒤에 연 두 번째 합의기일 때 바로 표결한 점을 문제삼으며 6만 쪽이 넘는 기록을 짧은 시간에 검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관계자는 “종이기록이 원본이고 전자스캔 사본은 업무 보조적 성격”이라며 “스캔사본 접속 로그를 요구하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상고심은 상고 이유 중심으로 판단하는 법률심으로, 대법관들이 모든 기록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하는 방식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 사건에서도 원칙은 지켜졌다는 게 대법원 입장이다. 그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와 그 배경에 관한 사실관계는 2심이 인정한 것을 그대로 따르되, 이후 법리 판단에서 ‘허위사실 공표’와 ‘사실과 의견의 구별’ ‘발언의 해석’의 법리가 제대로 적용됐는지 심리했다는 것이다. 판결문에서 대법원은 “2심 법원이 법리를 오해했다”는 점을 반복해 지적했고 사실관계가 틀렸다는 언급은 없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이 향후 재상고심에서 이 후보 측 상고이유서를 받지 않고 1주일 만에 원심을 확정할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형사소송법에서 20일 이내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을 명시하고 있는데 대법원이 이를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허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