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 흔드는 이재명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 경기 양평군 양평물맑은시장에서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 후보는 신변 위협을 이유로 시민들과 악수는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 손 흔드는 이재명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5일 경기 양평군 양평물맑은시장에서 시민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 후보는 신변 위협을 이유로 시민들과 악수는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심 일정을 6·3 대선 이후로 연기하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1일을 데드라인으로 제시했다. 재판을 미루지 않으면 “응징하겠다”며 조 대법원장 탄핵을 시사했다. 민주당이 이 후보의 선거법 위반 사건이 대선 전 확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법부와 전면전을 불사하며 총력전에 나섰다는 평가다. 법조계에서는 “사법부 영역인 재판을 입법부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11일이 공판기일 조정 마지노선”

윤호중 민주당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5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희대 사법부의 광란의 행진을 막겠다”며 조 대법원장을 직접 거론하며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12일 이전까지 후보의 공판기일을 모두 대선 이후로 변경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6·3 대선’ 후보자 등록은 11일 마감되고 12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앞서 이 후보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이재권)는 공판 기일을 15일로 지정했는데, 이를 대선 이후로 미루라는 요구다.

윤 본부장은 ‘12일 이전에 연기를 안 하면 조 대법원장, 대법관 탄핵 절차에 돌입하냐’는 질문에 “국민이 입법부에 부여한 모든 권한을 동원해 사법 쿠데타를 막겠다”고 했다. 이어 “서울고법의 재판 진행을 막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힌다”며 “이를 방해하면 국민을 대신해 입법부가 응징하겠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관 탄핵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대통령도 두 명 탄핵한 국민”이라며 “대법원장이 뭐라고”라고 했다.

민주당이 사법부를 압박해 재판을 늦추려는 건 확정 판결이 대선 전 나오는 걸 막기 위해서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 판단에 기속(羈束)되는 만큼 유죄 확정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최종 양형은 알 수 없지만 1심과 마찬가지로 피선거권 박탈형(벌금 100만원 이상)이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서울고법이 유죄 취지 판결을 한 다음 이 후보가 재상고하더라도 대법원이 재상고 이유서 제출 기한인 20일을 보장하지 않으면 대법의 확정 판결이 대선 전에 내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강금실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중차대한 선거에서 제1야당 후보를 법정으로 불러들이고 유죄 선고 움직임까지 보인다면 선거일까지 국민의 선택권에 불안한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법 시스템 부정하는 민주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재판 진행 자체를 지연시키기 위해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탄핵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판사 출신인 최기상 민주당 의원은 이날 김어준 씨의 유튜브 방송에 나와 “서울고법 재판부가 선거운동 기간에 선거법 재판 진행 의사를 표출하면 탄핵할 것”이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판사 출신인 김승원 의원도 “재판을 빨리 진행하려는 판사는 일단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를 탄핵하면 사건 재배당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물리적으로 재판이 늦춰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민주당은 여론전도 극대화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과정의 위법성을 지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윤 본부장은 “판사들이 부끄럽게 생각하는 게 ‘재판 기록도 안 보고 판결했다’는 것인데 인간으로서 9일 동안 6만 쪽 이상의 재판 기록을 읽었다는 것에 대해 사법부가 국민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사법부를 부정하는 테러 집단”이라고 비판했다. 신동욱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아무리 발버둥 치며 애를 써도 국민이 보기에 이재명이 이제 전과 4범을 넘어 전과 5범이 확정된 ‘유죄명’이라는 사실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며 “죄짓지 않고 살아가는 선량한 국민은 사법부를 비난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최해련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