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직을 내려놨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통해 파면된지 27일만이다. 한 권한대행은 이 기간 미국과의 통상 협상, 지역 순방 등을 거치면서 유력 대권 후보로 떠올랐다.

한 권한대행의 대권 도전 가능성이 가시화한 것은 지난달 8일이다. 이날 한 권한대행은 대선일을 6월3일로 정한 뒤 마은혁 헌법재판관을 임명하고, 대통령 몫 헌법재판관으로 이완규 법제처장과 함상훈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지명했다. 저녁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 간 통화를 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통화 가능 시간을 그날로 통보해왔을 뿐 다른 의도는 없었다"고 설명했지만 이후 정상 간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출마 여부를 묻자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출마설이 확대됐다. 이 무렵 한 권한대행은 한국갤럽의 '장래 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2%로 처음 명단에 등장했다.

한 권한대행이 지난달 14일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과 마지막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출마의 뜻을 접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지만 이후 광주(기아 오토랜드 광주공장)와 울산(HD현대중공업), 인천(천원주택 현장) 등을 잇따라 방문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등을 중심으로 '공직을 이용해 지방에 선거 유세'를 하러 다닌다는 비판이 나왔다.
24일엔 국회에서 추경 시정연설에 나섰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 시정연설을 한 것은 지난 1979년 11월 최규하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이후 46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달 말부터는 외부 인사들과의 접촉이 늘었다. 한 권한대행은 정대철 헌정회장, 이낙연 새미래민주당 상임고문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출마하면 도울 것"이라고 인터뷰했다.
한 권한대행의 지도자 선호도는 7%까지 올랐다가 6%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양자 가상 대결에서는 다른 범 보수 후보 중 격차가 가장 좁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지난달 28일 손영택 국무총리 비서실장(차관급)이 사직서를 내면서 본격적으로 출마 작업이 시작된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총리실 직원들도 사직 후 캠프에 합류할 예정이다. 정치권 인사들도 한 권한대행을 도울 것으로 알려졌다.
< 사퇴 직전까지 ‘경제·통상’ 행보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 사퇴 직전까지 ‘경제·통상’ 행보 >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존 펠란 미국 해군성 장관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국무총리실 제공
한 권한대행은 29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후 30일 존 펠란 미 해군성 장관을 접견했다. 그의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마지막 일정은 이날 오전 안보관계장관회의였다.

강진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