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솔 한국경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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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조원 규모의 '주택도시기금' 운용 주간사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이 국토교통부로부터 각각 '경고' 조치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지난해 미국 빌딩 투자 실패로 기금의 여유자금에서 투입한 1800억원 전액을 잃어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은 미래에셋운용에 이어서 NH투자증권까지 두 주간사 모두 '경고' 카드를 받아 든 셈이다.

30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주택도시기금 운용과 관련된 성과평가에서 지난해 하반기 국토교통부로부터 '경고' 등급을 받았다. 2023년 7월~2024년 6월 운용 실적에 대한 평가 결과다. 현재 이 기금의 위탁 운용 주간사는 미래에셋운용과 NH투자증권 두 곳으로, 이들은 매년 국토부 성과 평가를 받는다.

NH도 미래에셋도 '경고'…주간사 이래 처음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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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성과 평가에서 '경고'를 받은 것은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운용 모두 이번이 처음이다. 경고 조치가 두 번 누적되면 주간사 지위가 박탈된다. 때문에 두 회사 모두 내년 주간사 재선정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주택도시기금 성과평가는 매년 7월~이듬해 6월까지의 1년여 기간 성과를 평가해 한두 달 내로 결과를 통보한다. 평가 등급은 '지위 유지-주의-경고-지위 탈락' 순인데, 100점 만점에 총점 50점 이상 60점 미만을 받으면 '경고'를 받는다. 이 경고를 누적 두 번 받을 경우 주간사 탈락 대상이 돼, 자산운용위 심사를 거쳐야 한다. 만일 50점 미만을 받을 경우 곧바로 탈락 대상이 된다.

두 회사가 경고를 받은 건 대체투자 부진이 전체 수익률 악화로 이어졌기 때문으로 파악됐다. 특히 미래에셋운용의 경우 한 건의 미국 상업용 부동산 투자(매사추세츠주 보스턴 스테이트스트리트 빌딩)에서 전액 손실을 확정한 사실이 지난해 국정감사 시기를 전후로 알려지면서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다. NH투자증권의 경우에도 대체투자 부문의 부진이 전반적 운용 수익률을 깎아내린 경우다.

주택도시기금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이 기금의 운용성과(두 주간사 성과 합산)는 3.35%로 벤치마크를 2.05%포인트 밑돌았다. 세부적으로 보면 단기(벤치마크 대비 0.19%포인트)·현금성(0.2%포인트)·유동성(0.16%포인트)·중장기(-3.37%포인트)·국내주식형(4.97%포인트)·국내채권형(0.4%포인트)·해외주식형(-0.45%포인트)·해외채권형(-0.31%포인트)·대체투자(-12.75%포인트)로 대체투자의 부진이 두드러진다.

성과평가 총점 100점 중 70점이 '정량평가' 배점인데, 이 70점 중 '벤치마크 대비 초과수익' 항목(40점)에서 미래에셋운용과 NH투자증권이 받은 점수는 0~1점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상 나머지 모든 항목에서 만점을 받아도 경고를 비껴가기 어려운 수준이다. 그만큼 수익률은 기금 운용 평가에서 핵심적인 척도인데, 두 회사 모두 수익률 부진이 패착이 됐다.

NH·미래에셋, 투자풀에 악영향 미칠까 '노심초사'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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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일각에선 이번 경고 조치가 향후 주택도시기금 운용계약 여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종 계약 유지 여부는 연간 성과평가를 합산해서 감안하기 때문에, 지난해 받은 성적표가1 결과적으로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자산군 중 대체투자 부문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특징이 있는데, 적지 않은 대체투자 비중이 오히려 운용 실패를 부른 것"이라며 "두 회사 모두 이례적 '경고'를 받은 만큼, 국토부가 내년 재선정에서 이를 반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더 큰 '대어'인 연기금투자풀 선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무려 62조원 넘는 여유자금이 걸린 만큼, 주간사의 안정성과 수익률 관리 역량에 대한 신뢰가 핵심이어서다. 올 초 기획재정부는 '연기금투자풀'의 주간사 지위를 기존 운용사에서 운용사·증권사로 넓힌다고 발표했다. 운용사만의 리그를 벗어나 업권 간 경쟁도 벌어지게 된 것이다. 재선정은 올 9월 예정돼 있다.

주간사들 "투자 실패 아닌 기금규모 급감 탓"

주간사들은 이번 성과 부진이 '투자 실패'보다는 기금 자체의 구조 변화와 외부 환경 영향이 컸다고 항변했다. 주택도시기금 운용평잔은 2022년 연간 기준 43조647억원을 기록했지만, 2년 만인 지난해 약 56% 감소한 18조8364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청약통장 무용론 등으로 납입금이 급감하고, 부동산 거래 위축으로 국민주택채권 수입도 줄어들며 기금 운용 규모가 가파르게 줄었다"며 "이는 전담운용기관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운용규모가 줄어드는 데다, 다른 자산 대비 즉시 처분도 어려우니 대체투자 자산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졌고, 금리 상승기 공정가치가 하락해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토로했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10년 넘게 주간사를 맡아 큰 위험이 따른 적이 없었다"며 "때문에 개별적 운용상의 문제라기보다는 '기금 규모 급감'이 주된 배경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편 국토부는 감소세인 기금 규모를 감안해 올해부터 주간사에 새 성과평가 체계를 적용할 계획이다. 유동성 확보에 초점을 둔 시장 대응력, 위험관리 역량을 보기 위해 정성평가 비중을 늘리는 대신, 정량평가 비중은 줄이는 방식으로다.

국토부 관계자는 "(두 주간사의 경고 등급 산정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매긴 것으로, 미래에셋운용은 지난해 1800억원 대규모 전액 손실 사태에 휘말렸고 NH투자증권도 전반적 수익률이 부진해서 경종을 울리는 차원이 컸다"며 "두 번 경고를 받을 경우 계약 해지가 가능한 상태가 될 뿐, 즉시 조치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유동성 확보가 중요한 만큼 장기자산 등은 최소화하라는 취지에서 새 평가방식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