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파월, 사람에 충성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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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센터장
무대포 직진남인 줄 알았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이 들었는지 최근 조금 유해진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145% 관세는 비현실적이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아 양국간 협상 필요성을 인정하였다. 또한 중대 실패자라며 조롱했던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해고할 생각이 없으며, 단지 금리인하를 비라고 있을 뿐이라며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미국 경제와 달러 자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는 등 자신의 예상과 달리 시장이 움직이며 강공 일변도에 부담을 가졌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이 쉽게 변할 리 없을 것이고 협상의 전략상 수위를 일부러 과하게 높였을 뿐, 애당초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려 한다는 해석이 보다 적절할 것이다. 그럴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이 더욱 궁금해진다.
이런 의미에서 트럼프 행정부 1기를 잠깐 회고할 필요가 있다. 되돌아보면 2017년 임기 1년 차에 법인세 인하 등 감세안에 주력했다. 그리고 2018년 들어 중국과의 관세 전쟁을 시작했고, 달러화의 가치가 오르자 Fed에 대한 금리인하를 압박하며 2019년에 파월 의장과 갈등이 정점에 달했다.
아마도 난이도와 중요도에 따라 정책 순위를 정했던 게 아닌가 싶다. 의회 장악력이 떨어지고 당내 기반도 약했던 만큼 감세안을 정책 1순위로 삼았을 것이다. 이후 중국에 대한 미국인의 감정이 안좋다는 점을 노려 중국에 집중해 무역전쟁을 벌였고, 연준의 조력이 필요해 압박을 병행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나 지금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머릿속에는 “감세, 관세, Fed”라는 3개의 단어가 깊숙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다만 난이도에 따라 순서가 달라졌을 뿐이다. 즉 의회와 당내 권력을 장악한 만큼 감세를 뒤로 미룬 반면, 무역 불균형 해소를 2기의 1순위로 내세워 전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인상을 선포한 것으로 여겨진다. 1기보다 관세 전쟁의 전선도 넓어졌고, 인상폭도 크게 가져가다 보니 더 많은 부작용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 당시보다 강력한 연준의 지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관세와 감세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연준을 자기 뜻대로 움직일 수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Fed 역시 1기를 경험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패를 어느정도 읽고 있다. 더구나 과격한 관세 인상으로 인해 Fed의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간 공조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고, 오히려 Fed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명분으로 삼을 것이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가 적정 수준에 거의 근접한 가운데 연준 입장에서는 향후 스테그플레이션 위험으로 금리인상도, 인하도 여의치 않아 신중한 입장을 표명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90일간 관세 협상을 예고했고 통상 물가 충격이 먼저 발생하고 시차를 두고 경기에 영향을 줄 것이므로, Fed이 통화정책 변경을 서두를 유인은 적다고 봐야 할 것이다. 따라서 일각에서 거론하는 Fed 풋(Fed Put) 기대는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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