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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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120살까지 산다”

병원 입원하기 전, 선배를 만나 식사를 하게 되었다. 회사 생활할 때 같은 팀에서 근무하면서 많은 도움을 준 고마운 선배이다. 당시 분위기는 같은 팀 선배가 후배에게 편하게 반말하던 시기로 존대말은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선배가 존대말을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면, 말하는 사람을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거나, 혼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30년이 지났지만, 선배와 만나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모든 말은 반말이다.

식사 중 선배가 “석환아, 너는 몇 살까지 살 것 같으냐?” 묻는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고민 없이 “한 100살까지는 살겠지” 대답하니 행복한 소리 한다고 나무란다. 아니 요즘 평균 수명이 80 넘었고, 부모님 돌아가신 나이에 10살 더하면 된다고 하는데, 그러면 100세 넘는다며 100세까지 살 것 같다고 강조했다. 선배는 착각하지 말라고 하며 넌 120살까지 산다고 한다.

120살.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나이다. 버킷리스트 역시 100세로 정해져 있고, 이에 기반하여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어 놓았다. 인생 가장 바람직한 정점을 70대로 했고, 20년 이상을 여유롭게 즐기는 것으로 채웠다. 문제는 100세가 아닌 120살이란다. 20년 더 사는 것이 큰 충격이었다. 지난 시점에서 바라본 어릴 때와 성장할 때 20년은 그렇게 충격은 아니다. 하지만, 퇴직한 시점에서 100세 죽음과 120세는 엄청난 차이이다. 생각하는 것 자체가 즐겁지가 않다. 아니 끔찍하다. 아내에게 말하니 그냥 100세에 가자고 한다.

노년 무엇이 고민인가?

50~60대 퇴직한 후, 60년 이상을 산다면 무엇이 가장 고민이 될까?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과 비슷하다면, 퇴직이라는 것이 겨우 인생의 반환점을 돈 것 아닌가? 살아갈 60년을 의미 있고 인간 다운 삶을 즐기며 생활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언제 어느 수준으로 준비할 것인가?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은 무엇일까?

선배로부터 120살까지 살아야 한다는 말을 듣자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노후 자금이었다. 현재 씀씀이를 살피고, 집이 있는 상태에서 매월 얼마가 필요한가 생각해 보았다. 물론 수도권과 지방, 개인과 가족의 소비 성향, 건강 상태 등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아내와 함께 수도권 생활을 계속 하며, 경제 활동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350만원은 필요할 것 같다. 매월 350만원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다행인 것은 1988년에 시작된 국민연금에 좋은 직장을 다닌 덕분에 수령자 상위 5% 이내에 있다는 점이 조금은 안심이었다. 아내가 현명하게 개인연금에 가입하여 일정 금액을 받게 되어 있다. 마지막,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기반으로 주택연금을 받으면 350만원은 가능할 것이다. 문제는 목돈이 들어가는 상황 발생 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두번째, 건강이다. 무릎 인공 관절 수술로 병원에 입원해 보니, 건강의 중요성을 더 느끼게 된다. 일상의 모든 활동이 그렇게 소중하고 감사할 수밖에 없다. 잠에서 깨어 침대에서 내려와 세면장에 가는 것이 행복이다. 만약 침대에 누워 양 팔에 주사기를 꼽고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생활해야만 한다면 어떻겠는가? 자신의 고통은 기본이고 가족들에게도 해서는 안 되는 가장 바라지 않는 모습이다. 심신의 고통 뿐 아니라 발생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즐기며 행복하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누가 건강을 잃기를 원하겠는가? 갑자기 찾아 온 병은 노년 생활을 엉망으로 만든다.

세번째, 의미 있는 삶이다. 여러 기고를 통해 아침에 일어나 갈 곳, 할 일, 만날 사람이 있으면 행복하고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퇴직 후 가장 바람직한 모습은 새로운 일자리에서 여러 사람과 어울려 수익을 창출하며 즐겁게 일을 하는 것이다. 문제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할 일, 갈 곳, 만날 사람이 없어 매일 거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만 본다면 삶의 질은 어떻겠는가? 수익을 창출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평생 할 수 있는 일, 가족과 함께 하는 취미 활동, 봉사 또는 사회 공헌 활동, 성당이나 교회 등의 활동, 친구와 지인과 함께 하는 네트워크 활동, 주민 센터 프로그램 참여 등 삶의 질을 올리는 여러 활동을 통해 노년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60평생을 가정과 회사를 위해 살았고, 정작 자신의 노후는 준비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한 퇴직, 건강을 잃는 것, 빈곤, 무력감, 소외가 걱정되는 노인들이 많을 것이다. 열심히 살았는데, 고통을 받는 자신이 한심하기도 할 것이다. 집과 여유자금이 있고, 건강하다면 다행이지만, 자식에게 집과 돈을 물려주고, 정작 자신은 자식에게 용돈을 받아 쓴다면 어떻겠는가? 자식이 삶의 전부였기 때문에 자식 잘되기를 빌며 아낌없이 주고 또 주었는데, 자식들은 능력 없는 부모에 대해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할까? 자식에게 짐이 되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노년을 영육간 건강하고, 조금은 여유롭게 즐기며, 하루 하루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너무 늦어서는 곤란하다. 50대에 3가지를 하면 어떨까?

첫째, 연금을 통한 미래 대비이다. 국민 연금은 기본이며 개인연금과 퇴직연금을 다소 무리가 되어도 충분하게 준비해야 한다. 월 400만원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면 어떨까?

둘째, 건강이다. 건강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준비하라는 말이 무조건 맞다. 규칙적인 식생활, 운동은 기본이다. 습관화 되어 있으면 지속된다. 1년엔 한번 건강점진은 필수이다.

셋째, 노년 의미 있는 삶의 준비이다. 어느 단체이든 텃세가 있고, 오래 함께 한 사람을 좋아한다. 재직 중 여러 단체, 지인 모임 등 네트워크를 만들고 활동해야 한다. 노년이 되어 동참하고 싶어 갔는데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아 한 두 번 나가고 포기하는 분들을 본다. 관심을 주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더 노력하거나, 미리 오래 전에 참석해 신뢰를 구축해 놓는 방법밖에 없다.

여러분의 노년이 여유롭고 즐기며 행복하길 기원한다.

<한경닷컴 The Lifeist> 홍석환 대표(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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