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는 남산, 옆에는 경리단길…숨겨진 ‘조용한 아파트’
살기 좋은 아파트가 꼭 새 아파트일 필요는 없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남산대림’이 그런 예다. 이태원 경리단길에 놀러 가 본 사람이라면 ‘이런 곳에 아파트가 있구나’하고 깜짝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아파트다.

1994년 옛날 육군 아파트가 있던 자리에 지어졌다. 총 400가구다. 전용 59㎡(160가구), 84㎡(140가구), 134㎡(40가구), 149㎡(60가구)로 구성됐다. 최고 층수는 5층이다. 주차장은 지상과 지하에 있다. 주차 대수는 가구당 1.25대다.

남산대림, 가격은 꾸준히 상승

큰 등락 없이 꾸준히 가격이 오르고 있다. 지난달 전용 59㎡는 역대 최고가인 14억7500만원(4층)에 손바뀜했다. 149㎡도 지난달 신고가인 27억5000만원(4층)에 팔렸다. 작년 10월(23억9000만원)보다 3억6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84㎡는 17억~18억원 수준이다.

인기 지역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가격이 낮지 않다. 전용 84㎡ 기준 중구 신당동 청구역 역세권 아파트인 ‘청구e편한세상’가 15억~16억원, 성동구 금호동 신금호역 역세권인 ‘e편한세상 금호파크힐스’가 16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남산대림 아파트 표지석. ⓒ임근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남산대림 아파트 표지석. ⓒ임근호
남산대림은 역세권도 아니다. 서울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에서 내려 남산타워가 보이는 방향으로 10여 분은 걸어야 한다. 하지만 직접 단지를 둘러보면 그만한 값어치가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남산 대림아파트’라 쓰인 표지석을 지나 정문 언덕을 올라가면 단지가 나온다. 5층짜리 16개 동이다. 오래된 아파트란 표가 전혀 나지 않는다. 도색은 깨끗했고 화단엔 봄을 맞아 꽃이 가득했다. 낮 기준 이중 주차된 차량도 없었다.

밖으로 남산 2·3선 터널로 가기 위해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지만 단지 안은 조용했다. 엘리베이터는 없다. 상가도 작다. 주변 경리단길 상권을 바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불편은 아니다.

주변에 학교는 많다. 서울용암초, 이태원초, 보성여중, 보성여고, 용산중, 용산고 등이다. 조금 걷기는 해야 한다. 영어 유치원인 PSA가 가까이 있다. 사립학교를 보내는 주민도 많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남산대림. ⓒ임근호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남산대림. ⓒ임근호
인근 A공인 관계자는 “뒤편의 남산이 북풍을 막아주고, 남쪽으로 한강을 바라보는 배산임수 지형”이라며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덜 춥다”고 말했다. 남산 숲세권인데, 멋진 상권을 끼고 있고, 강북과 강남 어디로든 편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교통 요지인 점이 장점이다.
바로 옆에 1993년 준공한 ‘이태원주공’이 있다. 역시 옛 군인아파트 터다. 전용 84㎡ 단일면적으로 130가구다. 지난달 16억5000만원(3층)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다. 남산대림과 마찬가지로 세월의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관리가 잘 돼 있었다.
이태원주공 전경 ⓒ임근호
이태원주공 전경 ⓒ임근호
남산대림과 이태원주공 통합 재건축에 대한 기대가 높다. 지난해 '남산 고도 제한'이 30년 만에 완화되면서 사업성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 될 것 같다. 추진위 구성 등 재건축 움직임은 아직 없다. 재건축한다면 통합 재건축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이태원주공의 대지 지분이 더 높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A공인 관계자는 “사실 재건축보다 더 큰 호재는 용산 미군 기지가 공원으로 바뀌는 것”이라며 “남산대림과 경리단길 상권의 가치가 크게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용산공원 조성 땐 가치 상승 기대

용산공원 조성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점은 주의해야 한다. 정부는 당초 2027년 용산공원을 개장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지 반환이 늦어지면서 ‘용산 기지 전체 반환 시점으로부터 7년 후’로 개장 시기를 정했다. 그때가 언제일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남산대림 ⓒ임근호
남산대림 ⓒ임근호
오래됐지만 살기 좋은 아파트는 남산대림 말고도 많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로 새 아파트는 가격이 잘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남산대림은 가격 방어 측면에서도 지금까지 좋은 기록을 쌓아왔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재건축과 용산공원 개장이란 호재가 있어 앞으로도 값이 잘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임근호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