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과 철강은 국내 주력 산업 가운데 원가 대비 전력 사용량이 가장 많은 업종이다. 전기로를 쓰는 철강 기업이 철강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의 10%는 전기료다. 범용 석유화학 기업은 전기료가 원가의 8% 안팎을 차지한다. 두 업종 모두 중국의 저가 공세와 정부의 전기료 인상이란 ‘원투 펀치’에 신음하고 있다.

LG화학이 전력 직접구매에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LG화학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 중 전기요금을 가장 많이 내는 회사다. 23일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3년 5611억원을 전기요금으로 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10.2%(대기업 기준) 올린 만큼 똑같은 양의 전기를 사용하면 연 653억원을 더 내야 한다. 2023년 5540억원을 전기료로 부담한 에쓰오일도 연 642억원을 더 내야 한다.

문제는 전기료 인상 시점이다. 시노펙, 페트로차이나 등 중국 국유기업의 저가 공세로 업계가 코너에 몰렸는데 또 다른 부담을 안겼기 때문이다. 매년 수조원의 이익을 올린 LG화학은 2023년 석유화학 부문에서 1440억원 적자를 냈다. 롯데케미칼의 지난해 적자 규모는 8941억원으로 불었다.

업계는 최근 5년 새 산업용 전기요금이 두 배 가까이 오른 탓에 안 그래도 버거운 중국과의 싸움에서 버티기 힘든 수준까지 내몰렸다고 하소연한다. 대형 제조업체의 산업용 전기료(300㎾ 이상)는 2020년 12월 ㎾h당 94.3원에서 181.5원으로 올랐다. 같은 기간 가정용 전기료 인상폭(35.9%)을 크게 웃돌았다. 이로 인해 대기업의 ㎾h당 전기요금은 가정용(149.8원)보다 높아졌다.

철강업계는 전기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직접 발전소를 지어 운영한다. 철스크랩을 녹여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전기로 11기를 보유한 현대제철은 8000억원을 들여 자체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짓고 있다. 2028년 완공할 예정이다. 2023년 1조84억원을 전기요금으로 낸 현대제철은 작년 10월 전기료 인상으로 연 1166억원 정도를 더 부담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영업이익 1595억원의 73.1%에 해당하는 규모다.

부생가스와 LNG를 활용한 자가 발전 설비로 전체 전력의 80% 정도를 조달하고 있는 포스코도 갈수록 높아지는 전기료에 대응해 자가 발전 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김우섭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