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단체 관광을 떠나는 사람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대통령 탄핵 사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경기 악화 등이 한꺼번에 겹친 결과다. 국내 주요 여행사는 올해 상반기 내내 단체 여행 수요가 감소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반면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유입이 계속 늘어 호텔·리조트 등 관련 업계는 당분간 호실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여행업계, 인바운드 '쑥' 아웃바운드 '뚝'

◇ 여행사 “2분기 더 안 좋아”

21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국내 여행사의 해외여행 패키지 관광객 송출객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약 20% 감소했다. 대형 여행사보다는 중소형 여행사가, 일본·중국 등 근거리보다는 유럽·미국 등 장거리 여행지의 송출객이 특히 많이 줄었다.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조차 1분기에 단체 관광객 송출객이 4.4% 감소했다. 올 들어 1월까지 증가세를 보이다가 2~3월 10% 넘게 급감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작년 말 발생한 비상계엄과 여객기 참사 등 악재가 후행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해외여행은 일정이 임박했을 때 물어야 하는 위약금, 취소 수수료 등의 비용이 커 악재가 발생해도 곧바로 수요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 악재는 두세 달 뒤 본격적으로 반영되는데, 여객기 참사 등의 여파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여행업계 관계자의 분석이다. 최근엔 미국 관세 전쟁과 이에 따른 환율 변동까지 변수가 되고 있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게 더 부담스러워졌다는 의미다.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이달 해외여행 예약률이 작년 이맘때 대비 30%가량 급감했다”며 “1분기보다 2분기가 더 좋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행사들의 실적 악화 우려도 커졌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하나투어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0% 넘게 감소한 120억원에 그친 것으로 추정했다. 매출도 약 15% 줄어든 1500억원대로 봤다. 6월 대선을 앞두고 관공서, 공공기관이 포상 성격의 단체 관광 예약을 꺼려 관련 수요가 더 얼어붙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 호텔·리조트는 역대급 실적

반면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하는 국내 호텔, 리조트, 카지노 등은 사정이 훨씬 좋다. 우선 외국인 관광객의 국내 입국자가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 1~2월 외국인 관광객은 약 225만 명으로 전년 동기(약 191만 명) 대비 18% 늘었다. 올해 내내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도는 등 원화가 약세 기조를 이어가고 있고, 비상계엄 사태 이후 줄줄이 보류된 외국인 출장이 재개된 영향이 크다. K팝 공연을 보거나 K푸드를 먹으러 오는 외국인도 계속 늘고 있다. 하반기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상대로 한 비자 면제가 시행될 예정이어서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여행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는 2023년 이후 ‘역대급 호황’을 이어가는 국내 호텔·리조트 업계 실적 개선을 뒷받침한다. 신라, 조선 등 국내 대표 호텔은 1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실적 ‘피크’를 찍고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론 더 좋아지고 있다. 포시즌스 서울 관계자는 “4월 객실이 사실상 만실 수준일 만큼 영업이 잘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주요 호텔 관계자도 “서울 시내 호텔 대부분의 상황이 작년보다 더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외국인 카지노 1위 기업인 파라다이스는 1분기에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깜짝 실적’을 거뒀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안재광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