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은 한 명이지만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은 수백, 수천명입니다. 대통령 후보 곁을 밀착 보좌하고 유권자 표심 공략 전략을 짜는 참모부터 각 분야 정책을 발굴해 공약으로 가다듬는 전문가까지, 대통령을 만드는 사람은 굉장히 다양합니다. 한국경제신문은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대선 후보를 돕는 인사들을 소개하는 온라인 시리즈 기사를 연재합니다.
'李 통상 책사'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 [이재명의 사람들]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제2차장(사진)은 자타공인 통상·협상 전문가다. 이재명 전 대표의 외교안보보좌관이다.

김 전 차장은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통상 사령탑으로 일했다. 이 전 대표는 김 전 차장을 지난 2월 자신의 외교안보특별보좌관으로 임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관세 전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이 전 대표 집권 시 김 전 차장이 외교안보 영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다.

김 전 차장은 비(非)외무고시 출신으로 통상교섭본부장 등 경제 통상 핵심 보직을 지냈다. 로펌과 국제기구 등에서 근무하던 김 전 차장이 국내에서 공직을 처음 맡은 건 노무현 정부 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통상 관련 브리핑을 해달라고 김 전 차장에게 요청했고, 그 자리가 노무현 정부와 인연의 시작이었다.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그해 5월 김 전 차장은 당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2인자인 통상교섭조정관(1급)에 발탁됐다. 김 전 차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노 전 대통령을 “딱 뵈니까 스타일이 멋있었다”라고 회고했다. 이후 통상교섭본부장, 세계무역기구(WTO) 한국 측 수석대표, 유엔(UN) 주재대사를 지내는 등 참여정부의 통상 정책을 주도했다.

노무현 정부 통상교섭본부장 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문재인 정부 통상교섭본부장 때는 한미FTA 개정 협상을 주도했다. 당시 미국 측에서 개정 협상을 이끌었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는 같은 로펌에서 근무했다. 라이트하이저 전 대표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보호무역주의 설계자’로 불리는 인물이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열린 임명식에서 김현종 외교안보 보좌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열린 임명식에서 김현종 외교안보 보좌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 전 차장은 보수 정부를 건너 뛰고 진보 정부에서만 일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삼성전자 해외법무 담당 사장으로 옮겨 2011년까지 일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재기용됐다. 이후 국가안보실 제2차장,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지냈다.

김 전 차장이 정치 일선에 다시 등장한 건 이 전 대표가 지난 2월 외교안보특별보좌관에 기용하면서다. 김 전 차장이 임명장 수여식에서 한 발언은 향후 이 전 대표 집권 시 우리나라의 통상 정책의 원칙을 어떻게 가져갈건지에 대한 힌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통상 협상 시 기본 원칙을 “이익의 균형”이라고 했다. 무언가를 전략적으로 내어준다면, 반드시 실질적인 반대급부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김 전 차장은 “우리 외교 공간 확보에 도움이 되는 가시적인 반대급부를 받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신이 관여한 한·미 미사일 지침 종료, 한미 FTA 재협상 결과 등을 언급했다.

김 전 차장은 또 “지금의 안보는 지정학, 경제, 통상이라는 범위를 넘어 과학 기술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이고, 그 결과 ‘복합 안보’라는 과제가 탄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복합 안보 차원에서의 대한민국 안보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조선과 에너지 등 우리 강점 분야에서의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방 FTA’로 불리는 미국과의 국방상호조달협정을 조속히 체결해 한미동맹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김현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외교안보보좌관
△1959년 서울 △美 컬럼비아대 국제정치학과, 동대학원 로스쿨 △前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 유엔 주재대사(노무현 정부) △前 삼성전자 해외법무 사장 △前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국가안보실 제2차장(문재인 정부)

한재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