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위례인데, 우리집만 떨어져"…송파구로 묶여 '토허제 악재'
송파위례24단지 꿈에그린
전용면적 75㎡ 3000만원 뚝
강남3구 토지거래 제한 영향
경전철.트램 등 인프라도 패싱


위례신도시는 발표 당시 수도권 2기 신도시 중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지역이다. 파주 운정, 화성 동탄, 김포 한강, 인천 검단 등은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자연스레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 하남 등 세 지역에 걸쳐 조성된 위례신도시의 지리적 강점이 부각됐다. 위례신도시는 애당초 ‘송파신도시’란 이름으로 추진됐던 곳이기도 하다.

이런 이유로 위례에서 분양이 본격화됐을 때, 경쟁은 매우 치열했다. 2013년 379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건설계획 발표(2005년) 후 20년이 흐른 현재, 위례에는 악재만 거듭 쌓이고 있다. 위례신사선 등 교통 프로젝트는 계속 표류하고 있다. 집값이 들썩인 적도 없는데, 단지 송파구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최근엔 ‘토지거래허가구역’ 족쇄까지 채워졌다.

위례 집값은 내려갔는데…

위례신도시 아파트 단지 전경. 한경DB
위례신도시 아파트 단지 전경. 한경DB
3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위례신도시의 선호 단지 중 하나로 꼽히는 송파구 장지동 ‘송파위례24단지 꿈에그린’ 전용면적 75㎡는 지난달 14억6000만원(18층)에 손바뀜했다. 작년 9월 이뤄진 직전 거래가(14억9800만원·14층)에 비해 가격이 내렸다. ‘힐스테이트 송파위례’ 전용 101㎡ 실거래가도 작년 10월 17억8000만원(23층)에서 올해 2월 17억1000만원(26층)으로 내림세를 보였다.

서울시가 지난 2월 13일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한 이후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불이 붙었다. 정부와 서울시가 규제를 풀어준 지 한달여 만인 이달 19일,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초강수 카드를 꺼내 든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애초에 위례는 송파구의 집값 상승세에서 비껴있었다는 뜻이다. 주민들 사이에선 “송파구 덕 본 건 없는데, 규제만 당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위례신도시가 송파구, 성남, 하남 등 세 도시에 분포해 있다는 점에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같은 생활권인데도 행정구역상 성남과 하남에 속한 위례신도시 단지들은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들어 위례신도시에서 거래가 비교적 활발했던 단지(이달 24일 기준)는 ‘위례센트럴자이’(20건·성남), ‘위례래미안e편한세상’(18건·성남), ‘위례롯데캐슬’(16건·하남) 등이다.

송파구에 속한 ‘송파더센트레’와 ‘송파위례24단지 꿈에그린’의 거래량이 각 5건에 불과했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원래도 송파구의 위례신도시 단지들은 대출 등 측면에서 ‘상대적 피해’를 입었다. 송파구는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묶여있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겹치면서 지역 내 형평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더 커지게 됐다.

경전철·트램도 계속 늦어져

무가선 방식의 트램 차량. 서울시 제공
무가선 방식의 트램 차량. 서울시 제공
교통 인프라 확충 프로젝트가 여태껏 ‘감감무소식’인 것도 위례 주민들의 분노를 키우는 요인이다. 2014년부터 추진된 위례신사선이 대표적이다. 위례신도시와 서울 신사역을 잇는 경전철이다. 민간투자사업으로 시작했는데, 공사비 갈등 등 이유로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였던 GS건설 컨소시엄이 사업을 포기했다. 서울시는 재정사업으로 재추진한다는 입장이지만, 빨라도 2036년은 돼야 개통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입주 당시 광역교통시설 분담금으로 3100억원을 냈다는 점에서 위례 주민들은 더욱 반발하고 있다. 같은 2기 신도시였던 파주 운정이나 화성 동탄 등은 이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이 개통해 서울역이나 수서역 등 서울 핵심 지역을 20여분 만에 이동하고 있다. 동탄보다 위례의 서울 강남권 접근성이 더 떨어진다는 말이 나온다.

위례과천선과 관련해서도 ‘위례 패싱’ 논란이 일고 있다. 위례과천선은 경기 과천과 서울 압구정, 위례 등 세 지역에서 시작한 노선이 양재시민의숲역에서 만나는 ‘Y자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토교통부가 만든 예상 노선도에서 위례 쪽 노선 종점이 서울 송파구 장지역 부근으로 제시됐다. 위례신도시 내부까지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다는 얘기다. 정부는 구체적 노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위례선 트램(노면전차) 개통도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위례신도시 남북을 관통하는 노선이다. 5호선 마천역과 8호선 복정·남위례역을 연결한다. 당초 올해 9월 개통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으며, 내년은 돼야 운행이 가능할 전망이다. 트램은 도로 위 궤도를 달린다. 따라서 도로교통을 관할하는 서울경찰청의 교통안전심의를 통과해야 하는데, 이 심의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이인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