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香으로 떠올린 여행이 뇌리에 오래 남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Cover Story
여행지의 향수(鄕愁) 자극하는 향수, 메모 파리
여행지의 향수(鄕愁) 자극하는 향수, 메모 파리
여행지에서 돌아오는 순간은 항상 아쉬움의 시간이다. 사람들은 생각한다. 여행에서의 기억과 느낌을 영원히 남기는 법은 없을까.
여행가 존 몰로이와 시인 클라라 몰로이 부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향’에서 찾았다. 그들은 2007년 세계 각 여행지를 향으로 제작하는 니치향수 브랜드 ‘메모 파리’를 설립했다. 20년이 채 안 됐지만 메모 파리는 어느덧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 매장을 둔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왜 글도, 사진도 아닌 향에서 답을 찾았을까. 최근 존과 한 서면 인터뷰에서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내 아내(클라라)는 시인이자 작가입니다. 글이 교육과 언어를 통해 감정을 전달한다면 후각은 그야말로 원초적입니다. 향은 마치 시간 여행과 같아서 즉각적으로 감정과 기억을 불러일으키죠. 오래전 기억이 갑자기 되살아나는 순간은 정말 놀랍고 신비롭거든요.”
메모 파리의 향수는 각 여행지에 대한 잔상과 기억 속에서 탄생한다. 존은 미얀마의 호수 이름을 그대로 딴 ‘인레(Inlé)’를 예로 들었다. “물 위로 떠오르는 배와 사원, 하늘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호수의 고요함과 포근한 분위기를 향으로 담아내기 위해 오스만투스, 재스민, 마테 등으로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정원’의 향을 만들었습니다.”
때로는 여행지와 관련한 신화, 역사가 영감의 원천이 된다. “그리스 섬인 이타카를 형상화한 ‘이타크(Ithaque)’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시작됐어요. 오디세우스는 10년간의 긴 여정을 거쳐 마침내 고향 이타카와 아내에게 돌아갑니다. 이 ‘사랑과 귀환’을 어떻게 향기로 표현할지 무척이나 고민했습니다. 햇살, 바람을 머금은 대지와 다시 연결되는 느낌을 주기 위해 감귤, 우드, 베리 등을 선택했죠. 우리는 실제 가보지 않더라도 항상 지구본을 탐색하면서 숨겨진 장소에 대한 상상에 빠집니다.”
존은 향수를 ‘느린 여행’이라고 불렀다. 브라질의 아름다운 동굴성과 한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담은 ‘일하 도 멜’부터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참깨를 태우는 의식에서 영감을 얻은 ‘케두’까지…. 톱·미들·베이스 코트가 자아내는 조화를 천천히 들이마시는 순간 마치 세계 여행을 떠나듯 자연스레 향이 안내하는 곳으로 간다. 그들에게 향수는 말 그대로 장소에 대한 ‘향수(鄕愁)’인 셈이다.
한국에 대한 향수도 언제나 그들의 계획 속에 있다.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장소를 갈망합니다. 아직 향으로 담아내지 않은 보석 같은 장소들이 남아있죠. 우리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 한국 이야기를 꼭 듣고 싶어요.”
이선아 기자 [email protected]
여행가 존 몰로이와 시인 클라라 몰로이 부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향’에서 찾았다. 그들은 2007년 세계 각 여행지를 향으로 제작하는 니치향수 브랜드 ‘메모 파리’를 설립했다. 20년이 채 안 됐지만 메모 파리는 어느덧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 매장을 둔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왜 글도, 사진도 아닌 향에서 답을 찾았을까. 최근 존과 한 서면 인터뷰에서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내 아내(클라라)는 시인이자 작가입니다. 글이 교육과 언어를 통해 감정을 전달한다면 후각은 그야말로 원초적입니다. 향은 마치 시간 여행과 같아서 즉각적으로 감정과 기억을 불러일으키죠. 오래전 기억이 갑자기 되살아나는 순간은 정말 놀랍고 신비롭거든요.”
메모 파리의 향수는 각 여행지에 대한 잔상과 기억 속에서 탄생한다. 존은 미얀마의 호수 이름을 그대로 딴 ‘인레(Inlé)’를 예로 들었다. “물 위로 떠오르는 배와 사원, 하늘이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호수의 고요함과 포근한 분위기를 향으로 담아내기 위해 오스만투스, 재스민, 마테 등으로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정원’의 향을 만들었습니다.”
때로는 여행지와 관련한 신화, 역사가 영감의 원천이 된다. “그리스 섬인 이타카를 형상화한 ‘이타크(Ithaque)’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시작됐어요. 오디세우스는 10년간의 긴 여정을 거쳐 마침내 고향 이타카와 아내에게 돌아갑니다. 이 ‘사랑과 귀환’을 어떻게 향기로 표현할지 무척이나 고민했습니다. 햇살, 바람을 머금은 대지와 다시 연결되는 느낌을 주기 위해 감귤, 우드, 베리 등을 선택했죠. 우리는 실제 가보지 않더라도 항상 지구본을 탐색하면서 숨겨진 장소에 대한 상상에 빠집니다.”
존은 향수를 ‘느린 여행’이라고 불렀다. 브라질의 아름다운 동굴성과 한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담은 ‘일하 도 멜’부터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참깨를 태우는 의식에서 영감을 얻은 ‘케두’까지…. 톱·미들·베이스 코트가 자아내는 조화를 천천히 들이마시는 순간 마치 세계 여행을 떠나듯 자연스레 향이 안내하는 곳으로 간다. 그들에게 향수는 말 그대로 장소에 대한 ‘향수(鄕愁)’인 셈이다.
한국에 대한 향수도 언제나 그들의 계획 속에 있다. “우리는 언제나 새로운 장소를 갈망합니다. 아직 향으로 담아내지 않은 보석 같은 장소들이 남아있죠. 우리의 시야를 넓히기 위해 한국 이야기를 꼭 듣고 싶어요.”
이선아 기자 [email protected]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