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양자 기대'에 반년간 158% 오른 이 기업…더 오를 수 있을까 [선한결의 이기업 왜이래]
[마켓PRO] '양자 기대'에 반년간 158% 오른 이 기업…더 오를 수 있을까 [선한결의 이기업 왜이래]
최근 코스닥 시장에선 양자 기술 관련 신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 주가가 급격히 상승했다. 구글을 비롯한 미국 빅테크 기업이 차세대 주요 기술 중 하나로 양자기술을 꼽은 덕분이다. 최근 자체 개발 양자 칩 '윌로우'를 발표한 구글은 5년 내 양자컴퓨팅 앱(응용프로그램)을 상용화하는 게 목표다. IBM,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등도 각각 양자컴퓨팅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반년간 158% 상승…양자로 뭘하길래

코스닥 상장사 엑스게이트는 양자기술 기대감에 최근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진 기업 중 하나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 기업 주가는 지난 6개월새 약 151% 뛰었다. 작년 8월 3700원대에 거래되다 작년 12월부터 급상승해 12일 9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마켓PRO] '양자 기대'에 반년간 158% 오른 이 기업…더 오를 수 있을까 [선한결의 이기업 왜이래]
이 기업의 주요 사업분야는 가상사설망(VPN)을 비롯한 네트워크 보안솔루션과 관제서비스다. VPN 시장에선 국내 1위 점유율(약 42%) 기업이다. 방화벽 분야에선 국내 3위다. 주로 공공기관과 대기업 등에 VPN을 구축해 운영한다.

'예측 못하는 진짜 난수' 보안사업에 결합

기존 네트워크 보안관제 사업에 양자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양자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VPN 서버 장비에 양자난수생성기(QRNG) 칩을 장착해 보안성을 끌어올리는 식이다.

QRNG는 데이터 암호화에 쓰이는 난수에 양자 물리학을 적용하는 방식을 뜻한다. 자연적인 광자운동을 바탕으로 패턴이 없어 예측할 수도 없는 ‘진성 난수’를 만드는 게 특징이다. 기존 암호화에 쓰이는 난수는 복잡한 패턴을 따르는 유사 난수 방식이라 수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

엑스게이트는 이같은 양자암호 관련 사업의 매출 비중은 공개하고 있지 않다. 작년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업의 매출원은 크게 네가지로 나뉜다. VPN, 통합위협관리(UTM)를 비롯한 보안 관련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판매(매출 비중 59.8%), 서비스 유지관리(12.5%), 임대·보안관제(27.5%), 상품판매(0.2%) 등이다.

이중 양자암호 관련 매출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제품 판매 부문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기존 장비에 QRNG 칩을 추가하는 구조라서다.

기대감 높지만…연간 매출 아직 '제자리걸음'

'양자 테마'에 올라타 주가가 크게 올랐지만 실적은 아직 투자자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근들어 부쩍 성장세가 둔화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엑스게이트의 작년 연간 매출액은 432억2000만원으로 전년도(약 428억원)에 비해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앞서 2023년까지 3년간 연간 매출이 매년 평균 25%가량 증가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도에 비해 14.9% 내려앉았다. 인건비가 늘면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외형 확장이 크지 않은 와중 부채 증가율은 높다. 지난해 부채는 227억5000만원으로 전년대비 136.7% 급증했다. 산업은행으로부터 100억원만큼 단기 산업운영자금대출을 새로 끌었다. 시설자금대출(8억5000만원)도 받았다.

아파트 보안시장도 공략

양자기술은 아직 초입 단계다. 기술 상용화를 통해 유의미한 매출을 내기 전까지 기업을 먹여살릴 '캐시카우' 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보안·정보기술(IT)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엑스게이트는 기존 VPN 사업을 비롯해 네트워크 보안 장비 제품군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침입방지시스템(IPS), 보안소켓계층(SSL)암복호화,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방어 장비 등을 추가할 계획이다.

아파트 등 가정용 보안(홈시큐리티) 시장으로도 발을 넓히고 있다. 최근 정부가 신규 아파트에 홈네트워크 보안장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 보안 강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이를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각 세대에 보안 관련 하드웨어를 설치하거나 월패드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방식 등으로 매출을 키우는 게 목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양자컴퓨팅은 막대한 투자금과 전문인력이 필요한 사업이라 주요국 빅테크가 주도할 수밖에 없고, 국내 코스닥 기업들은 양자기술 관련 장비나 보안 서비스 쪽으로 사업을 키우게 될 전망"이라며 "수요처인 기업이나 기관의 비용 부담 등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매출이 크게 늘긴 어렵다는 점에 유의해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