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는 국내외 ESG 평가기관으로부터 최상위 평가를 받고 있다. ESG 평가를 ESG 경영 개선의 도구로 삼은 덕분이다. 회사는 평가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오랜 기간 이해관계자의 관심사를 파악해 ESG 경영 내재화에 활용한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한경ESG] 케이스 스터디 - LG전자
테네시 공장을 포함한 LG전자 북미법인은 전사 차원의 ‘탄소중립 2030’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2021년 생산, 물류, 오피스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한 바 있다. 사진 =한경DB
LG전자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국내외 평가기관으로부터 최상위권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LG전자는 2024년 12월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DJSI) 월드에 13년 연속 편입됐다. 글로벌 금융정보회사 S&P 글로벌은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2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ESG 경영 평가를 실시해 상위 10% 내외 기업을 DJSI 월드에 포함시키고 있다.
또 LG전자는 2024년 S&P 글로벌 지속가능성 연감 상위 1% 기업에도 이름을 올렸다. 가전 및 여가용품 부문 기업 중 유일하게 등재됐다. 〈한경ESG〉가 지난해 12월에 실시한 녹색 전환(GX200) 평가에서도 국내 코스피 상장사 841곳 중 유일하게 최상위 등급인 S를 획득했다. 탄소중립 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목표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며, 녹색 전환 계획을 구체적으로 수립한 결과다.
이러한 성과는 오랜 노력의 결실이다. LG전자는 1994년 환경 방침, 윤리 규범 등을 선포하며 일찍이 ESG 경영을 시작했으며, 2006년에는 LG전자 최초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해 ESG 경영 목표와 성과에 대해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왔다. 창업주의 윤리경영 철학이 ESG 평가에 반영된 셈이다.
2020년부터 LG전자는 목표에 기반해 투명하고 경쟁력 있는 ESG 경영을 추진하고자 최고전략책임자(CSO)의 주관 아래 관련 임원진이 참석하는 ESG 협의체를 운영하고 있다. 2021년부터는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신설해 ESG 경영의 전문성과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사회 부문에서는 2010년 책임감 있는 비즈니스 연합(RBA)에 가입해 생산 사업장 및 협력사의 인권, 안전보건, 환경, 윤리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관리해왔다. 2024년에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권 원칙을 제정했다.
환경경영과 관련해서는 2019년 2030년 탄소중립 달성(온실가스 직간접배출량, 스코프 1·2)이라는 비교적 빨리 목표를 수립했다. 이를 위해 제품 생산 단계에서 스코프 1·2 배출량을 2017년 대비 53.6% 감축(과학 기반 감축목표 기준)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으로 UN 탄소배출권 등을 활용해 이산화탄소의 순 배출량을 ‘0(제로)’로 만들 계획이다.
또 제품 사용 단계(스코프 3)에서는 2030년까지 7대 주요 제품군(TV,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가정용 에어컨, 시스템 에어컨, 모니터)의 전체 글로벌 판매 모델에 대해 온실가스 원단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2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이행하고 있다. 2021년 기준 7대 주요 제품군은 2021년 기준 LG전자 전체 판매 제품의 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의 약 90%를 차지하는 만큼 제품별 소비 전력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2023' LG전자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LG 틔운 미니, LG 사운드바, 퓨리케어 에어로퍼니처 등 재활용 플라스틱을 사용한 친환경 제품들을 체험하고 있다. 2023.4.19. 사진=LG전자ESG 평가 대응으로 경쟁력 강화
이에 따라 LG전자는 ESG 경영 목표에 대한 외부 평가를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삼고 있다. ESG전략기획팀은 ESG 평가에 중점 대응하며, 전사적 평가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각 평가 항목별 주관 부서를 지원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대외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사항을 수합하고, ESG 우수 기업과의 격차를 분석하는 것 역시 이 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구체적으로 LG전자는 연 단위 계획을 통해 ESG 평가에 대응하고 있다. 1월부터 3월까지는 이해관계자의 요구사항과 전년도 평가 결과를 분석해 개선 과제를 도출한다. 5월까지는 ESG 협의체와 위원회를 통해 주요 개선 과제를 보고하고 이행하며, 8월까지는 ESG 평가 대응,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발간, 공시 업무를 추진한다. 공시가 완료되는 9월부터 12월까지는 평가기관별 피드백을 진행하고 차년도 평가 계획을 수립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LG전자는 S&P 글로벌 지속가능성 평가(CSA),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CDP) 등 주요 글로벌 ESG 평가뿐 아니라 국제 의결권 자문사 ISS 및 한국ESG기준원 등 국내외 다양한 ESG 평가기관에 대응하고 있다.
다만 LG전자는 평가 점수 개선보다는 평가 대응 활동을 통해 ESG 경영 자체를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SG 평가기관은 각기 다른 평가 목적과 기준을 갖춰 평가 대응에만 치중하면 방향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평가기관의 공신력과 인지도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며, 평가 항목, 가중치, 쟁점 현안에 대한 평가 방식도 유동적이다.
LG전자 관계자는 “국내외 ESG 평가 기준 및 동향, 규제, 시장 환경, 사회적 요구 등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평가 문항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고 말한 뒤 “평가 항목과 질문에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모범답안을 작성하기보다 이해관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본질을 파악해 개선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내재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대성 평가, ESG 경영의 출발점”
이 과정에서 중대성 평가는 LG전자의 ESG 경영을 개선하는 핵심 과정으로 자리 잡았다. LG전자는 비즈니스 전반에서 이해관계자 및 환경과 관련한 주요 ESG 현안을 식별하기 위해 환경적·사회적·재무적 영향을 고려한 이중 중대성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우선 연중 외부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ESG 관련 질의사항을 기반으로 관심도를 파악하고 의견을 수합한다.
LG전자는 EU 지속가능성 공시기준(ESRS),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 등을 바탕으로 영향 및 재무 중대성 관점에서 영향을 미치는 주제를 식별하며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 지침을 참조, 자체 해석을 결합해 이중 중대성 평가 방법론을 개발했다.
이렇게 식별한 주요 ESG 현안은 리스크로 분류되며, 관련 부서 임원들에게 정량적 목표 설정이 권장된다. 나아가 중대성 기반의 비재무 지표는 점진적으로 임원 보수 평가에 연동된다. ESG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비즈니스 기회를 극대화하며,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LG전자는 ESG 전 영역에 걸쳐 모든 평가 항목에 종합적으로 대응하면서도 환경 부문에서는 기후변화 전략, 에너지, 폐기물 및 오염물질, 수자원, 제품 책임을, 사회 부문에서는 노동 관행, 인권, 공급망 관리, 인적자본 관리, 안전보건, 개인정보 보호를,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기업지배구조(이사회, 경영진) 전반, 윤리경영, 정보 보안을 특히 중점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중대성 평가는 단순히 영향 정도를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부정적 영향이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완화 조치의 실행 가능성 등도 포함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예를 들어 정도 경영과 관련해서는 오랜 기간 구축해온 시스템이 관련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를 중대성 평가 과정에 반영한다.
ESG 주제별 전담 부서가 평가에 참여하는 과정도 체계적이다. 중대 현안에 대한 분과별 라운드테이블에서 1차 평가를 진행한 뒤 주요 기획팀이 과소 또는 과대평가된 점수를 객관적으로 검토해 다시 정리한다. 이후 모든 주관 부서가 참석하는 라운드테이블에서 주요 현안을 최종 선정하고 ESG 협의체를 통해 경영진에 보고한다. 마지막으로 ESG 위원회에서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주요 현안을 확정한다.
LG전자 관계자는 “이 과정은 단순히 형식적 절차가 아니다. 기업의 핵심 현안을 명확히 정의하고 이를 기반으로 ESG 경영에 전략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한다”며 “LG전자의 중대성 평가는 ESG 경영전략의 출발점으로서 모든 구성원이 책임감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하도록 만들며 ESG 역량 강화와 평가 점수 개선에도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평가 결과로 배우고 소통한다
한편, LG전자는 ESG 평가 결과를 ESG 경영전략 수립과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 평가 결과를 통해 현재 ESG 경영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강점과 약점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ESG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평가기관, 투자자 등 핵심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있다. 이는 ESG를 주제로 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어서다.
투자자에게는 ESG 경영 성과 및 전략, ESG 관련 리스크 및 기회 요인, ESG 관련 정책 및 이니셔티브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이는 ESG 경영에 대한 신뢰를 확보해 긍정적 평가를 받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또 IR 부서도 인권 및 지속가능경영 활동 등을 주제로 투자자와 소통하는 역할을 함께 맡고 있다.
ESG 평가기관과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평가 기준 및 방법론에 대한 질의응답, 평가 결과에 대한 피드백, ESG 경영 관련 정보 공유 등을 통해 LG전자의 ESG 경영 성과가 공정하고 투명하게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홍성민 LG전자 ESG 전략 담당은 “S&P 글로벌이나 모건스탠리 캐피털 인터내셔널 같은 기관이 평가 결과를 각종 지수 운영에 활용하며, 각 기관에 기업의 중요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투자은행과 금융기관에서 기업 평가와 투자에 활용하고 있다”며 “LG전자는 오래전부터 ESG 경영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을 인지한 만큼 ESG 평가를 통해 ESG 경영 체계를 체계적으로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