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판매하는 예·적금 상품의 장단기 금리 역전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금리 인하기를 맞아 은행마다 보수적인 상품 정책을 펼치면서 만기가 긴 상품에 가입할수록 손해를 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한 푼이라도 이자를 더 받기 위해 “방망이를 짧게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창구에서 시민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이솔 기자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창구에서 시민이 은행 업무를 보고 있다. 이솔 기자

◇떨어지는 금리에 예·적금 회피 경쟁

1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6개월 만기 예금 평균 금리는 연 2.43%로 나타났다. 하지만 24개월 만기의 경우 평균 금리가 연 2.39%로 떨어졌다. 통상 오래 보유할수록 높은 이자를 받는 구조와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저축은행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2개월짜리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연 2.96%로 24개월(연 2.56%), 36개월(연 2.58%)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금 역시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낮아진다. 12개월 만기 적금의 평균 금리는 연 3.41%, 36개월은 3.23%다.

문제는 장단기 금리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 적금의 경우 불과 2년 전 12개월짜리 상품과 36개월짜리 상품의 금리차가 0.04%포인트였다. 이후 2년 만에 약 0.2%포인트까지 격차가 다섯 배나 커졌다.

장기 금리가 떨어지는 이유는 향후 국내 기준 금리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금리 인하기에 장기 상품을 다수 판매할 경우 금리가 낮아질수록 손해를 볼 수 있어서다. 은행마다 대출 억제 정책을 펼치는 것도 예·적금 상품 매력도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개인 및 기업 고객에 내주는 대출액이 줄어들수록 대출의 기반이 되는 예·적금을 확대할 요인이 쪼그라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마케팅이나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 예·적금을 끌어모아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평가다.

◇저축은행 금리 매력도 뚝↓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개별 상품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확인된다. 시중은행은 물론 지방은행, 인터넷은행까지 업권 전체에서 벌어지고 있다. 우리은행 WON플러스 예금의 경우 6개월 이상 12개월 미만의 금리가 연 2.6%인데 24개월 이상 36개월 미만 상품은 연 2.45%에 불과하다.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역시 12개월 이상 24개월 미만(연 2.7%)보다 24개월 이상 36개월 미만(연 2.5%)이 0.2%포인트 낮다.

가입 기간이 길수록 금리가 뚝뚝 떨어지는 경향이 짙다. 부산은행의 BNK내맘대로 예금은 6개월 이상 12개월 미만(연 2.25%)과 18개월 이상(연 1.80%)의 금리차가 0.45%포인트에 달했다.

다만 시중은행 대비 금리 매력도가 높았던 저축은행마저 금리를 줄줄이 낮추고 있어 예·적금의 인기가 점차 시들해지고 있다. 저축은행 수신 잔액이 8개월 만에 다시 100조원 아래로 떨어졌을 정도다. 예금금리가 연 2%대로 내려가는 등 금리 매력도가 떨어지자 수신이 계속 줄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6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58%, 12개월 만기 평균 금리는 연 2.96%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적금 매력이 크게 떨어진 만큼 특판 상품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재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