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투자자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상장지수펀드(ETF)를 매매하고 있다./사진=임대철 한국경제신문 기자
한 투자자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상장지수펀드(ETF)를 매매하고 있다./사진=임대철 한국경제신문 기자
공모펀드 직상장 제도의 시행 시기가 당초 올 2분기에서 3분기로 밀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공모펀드를 주식시장에 상장해 상장지수펀드(ETF)처럼 손쉽게 매매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시행 시기 지연은 공모펀드 직상장 관련 전산 개발·테스트 작업에 기존 예상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체거래소(ATS) 도입 후 증권사 거래 시스템에서 잇달아 전산 장애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의 불신을 촉발할 작은 문제도 만들지 않기 위해 제도를 서둘러 도입하지 않겠다는 한국거래소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으로 전해졌다.

13일 한경닷컴 취재에 따르면 올 2분기 시행 예정이던 공모펀드 상장 거래는 오는 3분기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공모펀드 직상장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또 올 2분기 중 상품을 출시하고 운영 성과를 고려해 법제화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도 지난 2월 간담회에서 올 2분기 내 공모펀드를 상장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공모펀드 직상장 관련 전산 개발 및 업계와의 연계 테스트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상반기 시행이 빠듯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소 관계자는 "제도를 빨리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전하게 도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탁원의 경우 현재 공모펀드 설정·환매 프로그램 개발과 내부 테스트를 마무리했다. 거래소는 전산 개발을 진행하고 있으며 마무리되는 대로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시장 참가자들과 함께 모의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한 관계기관 관계자는 "증권사·운용사들이 일정에 맞춰 따라오지 못해 거래소가 (공모펀드) 상장 시기를 뒤로 미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애초 올 상반기 시행이 빠듯한 일정이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에 충분히 전산 개발할 시간을 줘야 했다"며 "거래소는 목표 시한이 있어 여유롭게 전산 개발할 시간을 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 2분기 시행하겠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참가자들은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공모펀드 직상장 기준과 관련해 전반적인 윤곽은 잡힌 상태다. 유동성공급자(LP)로는 미래에셋·한국투자·SK·메리츠 등 증권사 4곳이 참여한다. 공모펀드 직상장을 위한 'X클래스'의 최소 설정액은 70억원, 이를 포함한 전체 펀드 설정액은 500억원 이상이다. 펀드의 투자 종목 공개 범위는 전체의 70%로 검토되고 있으며 설정에는 현금만 가능하도록 결정됐다. 기존에는 LP가 대차를 통해 현물을 납입하는 설정 방식도 검토됐지만 공모펀드가 액티브로 운용되는 만큼 구성 종목을 모두 대차하기 어려울 것이란 이유로 배제됐다.

최근 증권사 거래 시스템에서 전산 장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 점도 제도 시행 시기를 연기하게 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시행 일정을 맞추려 무리하게 추진했다가 전산 사고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의 시장 불신이 더욱 확대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ATS인 넥스트레이드 개장 후 미래에셋증권과 키움증권에서 주식 체결 조회 지연과 실시간 시세 조회 오류가 발생했다. 토스증권에서도 해외 종목 정보 조회 오류가 있었고 메리츠증권에서는 주식 매매 체결 오류가 발생했다. 거래소에서도 유가증권시장 전 종목 거래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ATS 출범 후 기존 시스템과 충돌을 일으키며 오류가 잦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오후 3시30분 장이 끝나고 북클로징(장부 마감)됐는데, ATS 도입 후에는 계속 거래가 이뤄져 통제 범위를 벗어나게 됐다"며 "ATS에서 펀드 매매는 안 되지만 공모펀드 안에 담긴 종목에 대한 거래가 계속 이뤄지기 때문에 가격을 고정시킨 거래자 입장에선 북을 다시 조정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ATS 도입 이후 전산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조금 더 꼼꼼히 정비해 (공모펀드 직상장 제도를) 도입하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