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전동 킥보드 없는 거리’를 지정 운영한다. 전동 킥보드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실효성이 크지 않고 오히려 미래 성장산업을 위축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은 오는 16일부터 마포구 서교동 ‘홍대 레드로드’와 서초구 반포동 학원가 등 두 곳에서 전동 킥보드 없는 거리를 시범 운영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들 지역에서는 전동 킥보드, 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의 통행이 낮 1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제한된다. 곳곳에 ‘킥보드 금지’ 안내판이 세워지고 경찰이 순찰을 돌며 단속할 예정이다. 5개월의 계도 기간을 거친 뒤 오는 9월부터 위반 시 일반도로 3만원, 어린이보호구역 6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번 정책은 최근 전동 킥보드 사고가 잇따르면서 경각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전동 킥보드는 가까운 거리를 간편하게 오갈 수 있는 대체 교통수단으로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인도·차도 구분 없이 ‘무법자’처럼 달리는 일부 이용자 탓에 ‘킥라니(킥보드+고라니)’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만큼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는 평가다.

서울시가 지난해 10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인식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9.2%가 전동 킥보드로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서울 지역 PM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도 2018년 56명에서 2023년 547명으로 10배가량 늘었다.

그럼에도 PM의 속성상 단속이 여의치 않아 지방자치단체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기 파주시 등은 단속반을 확대하고 강제 견인에 따른 비용 부담을 늘렸지만 역부족이란 평가다.

업계에서는 아직 초기 단계인 PM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결과만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PM산업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주된 이용층이 중·고등학생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올바른 이용법과 안전 수칙 등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이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며 “무조건적인 규제 강화보다 전용도로를 마련하는 등 인프라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는 이에 대해 “일단 계도 중심으로 시범 운영한 뒤 추후 확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유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