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식사한 뒤 스테이블 코인 결제가 가능한 레돗페이 카드를 내밀었다. 음식점 주인은 별다른 거부감 없이 결제기에 카드를 긁었다. 결제 과정은 일반 신용카드와 같다. 포스 기기에 카드를 꽂은 뒤 사인을 하자 금세 ‘99테더’가 결제됐다는 알림이 스마트폰에 떴다. 원화로 약 13만원이었다. 레돗페이 카드를 쓰는 직장인 최용 씨(38)는 “지난해 말 방문한 발리에서도 국내에서 발급받은 트래블카드가 결제가 안 돼 대신 썼다”며 “국내외에서 애플페이로도 결제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스테이블 코인 카드 ‘레돗페이’의 애플페이 결제 화면.
스테이블 코인 카드 ‘레돗페이’의 애플페이 결제 화면.
9일 암호화폐업계에 따르면 달러 가치와 1 대 1로 연동되는 스테이블 코인 결제 카드인 홍콩계 레돗페이가 국내에 상륙했다. 한국인도 발급이 가능한 데다 애플페이까지 지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국내 결제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레돗페이는 스테이블 코인 기반의 체크카드다. 신용카드가 아니기 때문에 발급이 까다롭지 않다. 실명과 생년월일, 주소, 신분증 등의 고객신원확인(KYC)을 거치면 된다. 국적에 상관없이 발급할 수 있는 이유다. 스마트폰에서 쓸 수 있는 가상 카드는 10달러를 내면 즉시 발급된다. 아이폰 이용자는 애플페이에 등록해 결제할 수 있다. 실물 카드는 100달러를 내면 된다. 발급에 2주가량 걸린다. 이 카드로 결제하면 디지털 지갑에서 실시간으로 스테이블 코인이 빠져나간다.

이 카드는 글로벌 결제 기업인 비자와 연계돼 국내외 비자 가맹점이라면 어디서든 결제가 가능하다. 특히 한국에서는 현대카드만 지원하는 애플페이를 쓸 수 있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스테이블 코인 카드가 국내 결제 시장에 깊숙이 침투하면 카드사, 간편결제사, 결제대행(PG·VAN)사, 외화결제 스타트업 등 국내 결제 생태계 전반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용범 해시드오픈리서치 대표는 “스테이블 코인 카드로 환전 수수료 등 별도 비용 없이 달러를 보유하고 결제할 수 있다”며 “국내는 물론 글로벌 결제 시장에 격변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미현/장현주/김진성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