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 "실망" 발언에 의총장 떠나버린 김문수..단일화 또 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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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의총은 김 후보의 사전 일정이 늦어지면서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1시간가량 지난 정오께 시작했다. 초반만 해도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 후보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의원들이 기립 박수를 보내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가장 먼저 모두 발언에 나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후보께서 살아온 삶의 궤적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뜨겁게’ 살아온 분”이라며 “젊은 시절에는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 현장에서 처절히 싸우셨고 본인의 사상을 과감히 바꾸신 뒤로는 투철한 보수우파의 투사로 살아오셨다”고 운을 뗐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일주일 동안 후보님과 의원들 사이에 이런저런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오해가 있으면 서로 풀고, 다시 하나로 똘똘 뭉쳐 대선 승리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당원과 국민의 기대, 단일화에 대한 강한 열망에 대해 언급하던 과정에서 제가 다소 과격한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며 “이 자리를 통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조속한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재명 독재 세력’을 몰아내야 한다”며 “이기기 위해 반드시 단일화, 빅텐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에 이어 모두 발언에 나선 김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자랑스러운 의원 여러분, 정말 사랑합니다”라고 화답하며 손으로 하트 모양을 그렸다. 이에 국민의힘 의원들은 박수를 보내며 호응했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 강경론’을 내놓으며 분위기가 급속히 냉각됐다.
김 후보는 “지난 3일 전당대회가 끝난 당일 당 지도부가 78일까지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말씀하셔 저는 상당히 놀랐다”며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제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아니라, 입당도 하지 않은 무소속 후보가 당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작업이 시작되고 있다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 지도부는 현재까지도 저 김문수를 끌어내리고 무소속 후보를 당 대선 후보로 만들기 위해 온갖 불법적이고 부당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며 “이 시도는 당헌·당규 위반이고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로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 단일화는 선거에서 한 번도 검증받지 않은 무소속 후보(한 후보)를 대선 후보로 만들어주는 작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이런 단일화에 제가 어떻게 응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김 후보는 현시점에서 한 후보와 단일화에 나설 생각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부당한 독재자”라며 “반이재명 전선을 이뤄 체제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우리가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가 하는 강제 단일화에 응할 수 없다”며 “제가 나서서 이기겠다”고 밝혔다.
뒤이어 발언에 나선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발언 내용이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의원들께서 기대하신 내용과 완전히 동떨어졌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긴 말씀은 드리지 않겠다”며 “더 큰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비판하고 자리를 떠났다.
권 위원장이 의총장을 떠나자 김 후보도 곧이어 현장을 벗어났다. 그러자 일부 의원들은 김 후보를 향해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이 일었다. “자리를 지켜달라”며 김 후보를 만류하는 의원들도 있었지만, 김 후보는 복귀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떠났고 직후 의총은 종료됐다.
이날 의총은 김 후보가 지난 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처음 참석한 자리라는 점에서 김·한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진전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 나왔었다. 하지만 의총이 파행으로 끝나면서 ‘대선 후보 등록일(10~11일) 이전’ 단일화가 불투명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상원/양현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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