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나비 별에 내린 '모든소년소녀들', 사랑의 이름으로 하나 됐다 [리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잔나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총 4회 공연
압도적 연주·무대 매너로 환상적인 2시간 반
관객과도 진한 교감…"남녀노소 행복한 공연"
정규 4집 신곡 무대도 대거 공개
"사탕·껌처럼 저희 음악 꺼내서 드시길"
압도적 연주·무대 매너로 환상적인 2시간 반
관객과도 진한 교감…"남녀노소 행복한 공연"
정규 4집 신곡 무대도 대거 공개
"사탕·껌처럼 저희 음악 꺼내서 드시길"

그룹 사운드 잔나비의 프론트맨 최정훈은 콘서트 도중 나이가 지긋한 남성 관객에게 물병을 건네며 이같이 말했다. "물 한 모금 마시라"는 그의 말에 관객은 곧바로 물병을 받아서 들고 벌컥벌컥 마셨다.
잔나비는 지난 4월 26~27일, 5월 3~4일 총 4일간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콘서트 '모든소년소녀들 2025'를 개최하고 팬들과 만났다.
엘튼 존의 '로켓맨'이 장내에 잔잔하게 흘렀고, 우주 어딘가로 떠나는 듯한 '비행 콘셉트'와 함께 공연은 시동을 걸었다. 전광판에 뜬 '안전벨트 착용을 부탁드린다'는 안내는 이내 벨트가 풀리면 자리에서 일어나도 된다는 역동적인 호응 유도로 바뀌었다. 우주선에서 내린 듯 경사진 무대에서 최정훈·김도형은 뜸 들일 새 없이 '벼락같이' 무대에 나타났다.
그렇게 '잔나비' 별에서의 환상적인 두 시간이 시작됐다. 음악과 환호, 땀과 열기만이 있는 그곳은 현실의 무게를 잊게 만드는 중력 없는 공간 같았다. 공연명에 딱 어울리게 사랑·자유·청춘 등의 파릇파릇한 단어들과 함께 모두가 소년·소녀가 되어 무대 위 별의 주인들과 맘껏 뛰어놀았다.
오프닝부터 온 힘을 다해 내달리는 곡의 향연이 펼쳐졌다. '포니'로 포문을 연 최정훈은 무대를 이곳저곳 누비며 노래했고, 김도형은 화려한 기타 연주로 분위기를 단숨에 뜨겁게 달궜다. '행운을 빌어요', '투게더!' 무대에서는 우렁찬 떼창이 터져 나왔고, '작전명 청-춘'이 시작됐을 땐 마치 앙코르인 듯 열정적인 에너지가 공연장을 가득 메웠다. 화려한 발재간을 보였다가 이내 의자에 올라서서 관객들을 지휘하는 최정훈의 모습은 공연 외 다른 생각을 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사랑하긴 했었나요 스쳐 가는 인연이었나요 짧지 않은 우리 함께했던 시간들이 자꾸 내 마음을 가둬두네'를 시작하자 팬들도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누가 내 가슴 속에 불을 질렀나!"라는 가사 뒤에 팬들은 "잔나비!"라고 크게 외치며 아티스트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최정훈은 지그시 객석을 둘러보며 황홀한 분위기를 만끽했다. '왕눈이왈츠' 무대에서도 관객들은 최정훈의 목소리에 떼창을 얹었고, 그의 몸짓에 맞춰 손을 흔들거나 '짝짝' 박수로 박자를 맞추며 함께 공연을 만들어 나갔다.
두 멤버는 훌륭한 연주는 물론 압도적인 무대 매너로 관객들이 공연 자체에 푹 빠져들게 했다. 웅장한 사운드가 인상적인 '전설' 무대에서는 기타를 둘러메고 힘차게 팔을 휘저으며 "록 앤 롤" 가사를 내뱉는 최정훈의 모습이 비장하기까지 했다. 이들은 단 한 번도 무대를 비우지 않았다. 최정훈은 땀으로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다. 김도형의 기타 연주는 때로는 감성적으로, 때로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기개 넘치게 변모했다. '나의 기쁨 나의 노래'는 최정훈 건반, 김도형 기타 연주에 관객들의 목소리가 더해졌다. 음악으로 소통하고, 음악에 모든 걸 맡길 수 있는,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특별한 별이었다.
음악이 해방감을 주는 요소였다면, '사랑'의 감정은 관객들을 아우르는 힘이었다. 최정훈은 "사랑한다"는 우렁찬 남성 팬의 목소리에 냅다 객석으로 달려가 해당 팬을 힘차게 끌어안았다.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가 흘러나올 땐 따뜻한 감정과 함께 객석에서 하얀 불빛이 일렁였다. 관객들은 반짝이는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기도 했다. '꿈'이라는 가사도 귀에 콕 박히며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순간이 이어졌다.



공연이 끝을 향해 갈수록 에너지는 더 불타올랐다. '꿈나라 별나라', '알록달록', '정글'까지 무대 위아래가 하나 되어 진하고 진득한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 냈다.
"저는 집과 작업실이 분리돼 있지 않아서 작업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집에 있는데도 집에 가고 싶을 때가 있거든요. 근데 오늘 공연하며 '여기가 내 집인가'라고 느꼈어요."(최정훈)
"저희가 (정규 앨범을) 정말 오래 준비했어요. 오래 아껴두고 여러분들한테 딱 들려줬을 때 실망하지 않게끔 오래 만든 곡이에요. 여러분의 반응이 저희에겐 전부입니다. 저희가 생각하고 영감을 받을 건 여러분들밖에 없어요. 정말 쉽게 과자, 사탕, 껌처럼 언제든지 저희 음악을 꺼내서 드시면 좋겠습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