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잠재성장률이 주요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출생·고령화 대응과 경제 구조개혁을 20년 가까이 미룬 부작용이 잠재성장률 추락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1% 진입시기 5년 빨랐다

8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한국 잠재성장률이 1.8%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행이 작년 말 제시한 2024~2026년 전망치(2.0%)보다 비관적인 수치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까지 평균 8%를 웃돈 한국 잠재성장률은 2008년 4.0%로 반토막 났다. 2018년(2.9%)에는 3% 선이 무너졌고, KDI의 전망대로라면 올해엔 2% 선이 무너진다. 2018년 우리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 잠재성장률이 1%대에 진입하는 시기를 2030~2040년으로 예상했는데 5년 앞당겨지는 셈이다.

KDI는 총요소생산성이 최근 10년 평균(0.6%)을 유지하는 기준 시나리오에서 잠재성장률이 2031~2040년 0.7%, 2041~2050년 0.1%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2041~2050년 잠재성장률은 낙관 시나리오에서 0.5%,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0.3%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어떤 경우든 한국이 15년 뒤부터 만성 저성장 국가로 전락한다는 뜻이다.

선진국들은 기술혁신과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 등이 효과를 내면서 잠재성장률이 반등하는 추세다. 미국은 2008년 2.1%까지 떨어진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2.5%로 올랐다. 2022년에는 처음 한국을 추월했다.

◇경제 구조개혁 서둘러야

한국 잠재성장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은 고령화 대응과 경제 구조 개혁을 미뤘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경험한 일본의 잠재성장률은 2019년 1.0%에서 2024년 0.2%로 하락했다.

급속한 고령화는 잠재성장률을 구성하는 노동투입과 총요소생산성을 떨어뜨린다. 통계청 인구추계에 따르면 2019년 3763만 명이던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2021~2050년에 걸쳐 1290만 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체 인구에서 생산연령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약 70%에서 2050년 절반 수준(51.95%)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KDI는 노동력 감소가 2040년대 잠재성장률을 0.8%포인트 끌어내릴 것으로 분석했다.

총요소생산성도 고령화 영향을 받는다. 김지연 KDI 전망총괄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습득하는 게 상대적으로 수월한 청년층의 감소는 생산성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노동투입과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해 자본 수익성이 하락하면 자본투입도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분석했다. 잠재성장률을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가 모두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도 총요소생산성이 좌우할 전망이다. 2050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기준 시나리오와 낙관 시나리오에서 4만8000달러와 5만3000달러, 비관 시나리오에서는 4만4000달러로 예상됐다. 지난해(3만6113달러) 대비 증가율이 18.9~42.6%로 벌어진다.

KDI는 생산성을 회복시키기 위해 구조개혁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경쟁을 제한하는 규제를 개선하는 등 경제 구조개혁을 통한 총요소생산성 개선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은 또 “노동력 감소를 완화하기 위해 일·가정 양립과 고령층의 경제활동 촉진, 노동시장 개방 등의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영효/김익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