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를 둘러싼 회사 측과 금융당국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후순위채 조기상환에 제동을 걸었지만, 롯데손보는 금융감독원장 승인 없이 콜옵션 행사를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롯데손보를 향해 “법규에 따라 필요 사항을 엄정 조치하겠다”고 경고했다. 예탁결제원도 롯데손보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콜옵션 절차를 밟을 수 없다고 못 박고 나섰다.

▶본지 5월 8일자 A1, 10면 참조

8일 금융권에선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롯데손해보험 8(후)’ 콜옵션 행사를 둘러싼 진행 상황과 책임 공방이 뒤엉켰다. 시작은 롯데손보가 이날 오전 발표한 설명자료였다. 회사 측은 “콜옵션을 확정적으로 행사하고 공식적인 상환 절차를 개시했다”며 “채권자들과 상환을 위한 실무 절차를 진행 중으로 수일 내 상환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롯데손보는 이날까지 콜옵션 행사를 위한 감독규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후순위채 조기상환은 금감원장 승인 사항이다. 하지만 회사 측은 승인 없이 콜옵션 행사를 강행한다고 밝혔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후순위채 계약서상 ‘사인 간 협의에 따라 돈을 갚을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며 “투자자에게 조기상환을 희망하는지 개별적으로 확인한 뒤 상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손보가 사실상 감독규정을 위반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자 금감원은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원장은 “롯데손보가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채 일방적으로 조기상환을 추진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전날 롯데손보는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 기일(8일)이 도래하자 조기상환을 추진했지만, 금감원이 “지급여력(킥스·K-ICS) 비율 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불승인했다. 킥스 비율이 150% 미만이라도 후순위채 상환 전까지 유상증자 또는 차환 등을 통해 상환 예정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조달하면 조기상환이 가능했다. 하지만 롯데손보는 지난 2월 차환 목적의 후순위채(1000억원) 발행을 추진하다가 중도 철회했다. 회사 측은 “감독당국이 수요예측 전날 정정 신고를 요구해 실질적인 발행을 어렵게 했다”고 금감원에 책임을 돌렸다.

금감원은 이날 오후 입장을 내고 롯데손보 주장을 반박했다. 금감원은 “롯데손보가 연간 결산 실적, 대주주 인수계약서상 기한이익상실(EOD) 위험 등을 증권신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며 “투자자 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기 때문에 투자 위험을 나타내도록 지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롯데손보와 금감원은 후순위채 상환 재원을 놓고도 충돌했다. 롯데손보 측은 “회사의 고유자금인 일반계정 자금으로 상환하기 때문에 계약자 보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투자자 보호, 금융시장 안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행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차환, 증자가 아니라 일반계정 자금을 통한 후순위채 상환은 규정 위반이라고 해석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차환 없이 후순위채를 상환하면 롯데손보 킥스 비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1분기 결산 수치와 경영실태평가 결과 등을 종합해 향후 적기시정조치 등을 부과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후순위채 상환 관련 실무 절차를 담당하는 예탁결제원도 ‘콜옵션 행사 불가’ 방침을 내렸다. 예탁원 관계자는 “롯데손보가 법적 요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선 콜옵션 절차를 밟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강경한 태도에 롯데손보도 한발 물러섰다. 회사 관계자는 “금감원 입장을 존중한다”며 “투자자 보호를 위한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서형교/박재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