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정신건강 나쁘다'…"성과·시선 압박이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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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건강 '고위험군' 전체의 24.1% 달해
소득 낮을수록 정신 건강 지표도 나빠져
소득 낮을수록 정신 건강 지표도 나빠져

7일 서울대 보건대학원 BK21 건강재난 통합 대응 교육연구단이 실시한 '2025 정신건강 증진과 위기 대비를 위한 일반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8.1%는 사회 전반의 정신건강 상태에 대해 '좋지 않다'고 답했다. 반면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11.4%에 불과했다.
사회적 정신건강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는 △경쟁과 성과 중심의 사회 분위기(37.0%)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의식하는 문화(22.3%)가 가장 많이 지목됐다. 정치·사회·경제적 불안정이나 재난 등 외부 요인이 개인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 응답자는 91.1%에 달했다.
심각한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위기를 동시에 경험한 '고위험군'은 전체의 24.1%로 파악됐다. 이들은 우울(68.4% 중간 이상), 울분(평균 2.4점), 삶에 대한 불만족(45.4%) 지표 모두에서 전체 평균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소득이 낮을수록 정신건강 지표가 나쁜 경향도 확인됐다. 월 소득 200만 원 미만 집단은 불안(2.4점), 외로움(1.5점) 점수 모두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정신건강 위기를 겪은 비율도 적지 않았다. 최근 1년 내 기존의 역할이나 책임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의 정신건강 위기를 경험한 사람은 27.3%였으며, 이들 중 51.3%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이들 중 60.6%는 어떤 도움도 요청하지 않았으며, 이유로는 '우려와 낙인에 대한 두려움'(41.9%)이 가장 많이 꼽혔다.
울분 지표도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심각한 울분 상태(2.5점 이상)에 있는 사람은 12.8%, 장기적인 울분 상태(1.6점 이상)는 54.9%로, 지난해보다 각각 증가했다. 울분을 유발하는 정치 사회적 요인으로는 △정부 비리·은폐(85.5%) △정치·정당 부패(85.2%) △안전관리 부실 참사(85.1%) 등이 다수 지목됐다.
공정성에 대한 인식도 낮았다. '세상은 기본적으로 공정하다'는 진술에 69.5%가 동의하지 않았으며 '정의는 언제나 불의를 이긴다'는 진술에도 60.1%가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조사단은 "공정 세계 신념이 낮을수록 울분 점수가 높아지는 경향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정치 사회적 울분 수준은 2021년, 2024년 조사와 비교해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사회적 불신과 피로감이 구조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조사를 총괄한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사회 전체의 정신건강 인식은 나빠졌지만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편견과 낙인에 대한 두려움은 여전하다"며 "문제 인식과 적극적 대응 사이의 간극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사회적 불공정과 부조리가 반복되면서 개인의 무력감과 울분이 심화하는 구조적 악순환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김호 단장은 "감염병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경제불안 등 거시환경 변화가 정신건강 악화를 부르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정신건강 증진과 위기 예방 대책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15일부터 21일까지 전국의 18세 이상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패널을 통해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3%포인트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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