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토리텔링의 힘
1년 중 가장 사랑이 넘치는 5월이다. 어린이날부터 시작해 어버이날, 스승의 날처럼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고 챙기게 만드는 기념일이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과의 유대감과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다. 누군가와 함께한 기억, 그 속에 깃든 감정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해도 사람 사이를 이어주고 움직이게 하는 것은 결국 ‘감정’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이 불변의 진리는 콘텐츠 세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사람을 움직이는 이야기는 감정을 이해하는 힘, ‘공감’에서 비롯된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콘텐츠는 시대를 넘어, 세대에 걸쳐 한 번쯤 누군가의 마음을 스쳐 가고 우리 곁에 오래 머무른다.

요즘처럼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시대에도 가족, 우정, 성장, 사랑처럼 시대를 초월하는 이야기들이 여전히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뻔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 녹아든 보편적인 감정은 누구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억에 오래 남는 콘텐츠는 시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보편적 서사와 이를 깊이 이해하는 소비자의 정서적 공감에서 출발한다.

디즈니는 일찍부터 이런 서사와 감정에 창의적인 접근을 더한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에 집중해왔다. 그 덕분에 디즈니와 픽사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과 영화들이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세대를 아우르며 전 세계 사람들과 감정적으로 유대하는 ‘라이프타임 스토리’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 ‘토이 스토리’가 많은 사람의 인생 영화로 꼽히며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도 누구나 겪었을 법한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과 추억을 진심 어린 시선으로 풀어낸 스토리텔링 때문일 것이다. 세계적인 화제를 모은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 또한 초능력이라는 장르적 요소를 다뤘지만, 그 중심에는 부모와 자녀 사이의 사랑과 희생이라는 진정성 있는 관계의 서사를 둬 글로벌 시청자들의 공감을 끌어냈다.

날마다 새로운 콘텐츠가 쏟아지는 시대다. 더 빠르고, 더 자극적이며, 한두 번 소비되고 쉽게 잊히는 콘텐츠도 점점 늘고 있다. 그래서 더욱 콘텐츠가 우리에게 주는 즐거움의 본질과 그것이 지니는 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결국 오랫동안 사랑받고 회자되는 콘텐츠는 보편적인 감정을 오롯이 담아 각자의 경험 속에서 고유한 감동과 울림을 전하는 콘텐츠가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수많은 디즈니의 스토리가 그래왔듯이, 세대를 아우르고 시대를 넘어서는 콘텐츠는 결국 사람의 감정을 가장 깊이 들여다보는 이야기에서 시작한다고 믿는다. 오랫동안 마음에 남는 이야기. 우리가 믿는 건 결국 그 공감의 힘이 모든 연결의 시작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