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장님 말은 잘하는데 왜 성과가 안날까"
"우리 팀장님은 말은 정말 잘하는데, 왜 성과가 나지 않을까?" 조직에서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말이다. 놀랍게도 이러한 현상 뒤에는 공통된 원인이 있다. 바로 리더십의 두 축인 역량(Competency)과 스킬(Skill) 사이의 불균형이다.

이러한 현상과 관련하여 주목할만한 트렌드가 있다. 전통적인 리더십 교육은 '내면의 역량'에 초점을 맞추었지만, 최근에는 '실행 가능한 스킬'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급격히 선회하고 있다. 링크드인 러닝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가장 인기 있는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 상위 10개 중 8개가 실용적인 리더십 스킬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디지털 전환,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 세대 간 다양성 확대 등 조직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리더들에게 보다 실질적이고 즉각적으로 적용 가능한 스킬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정한 리더십 개발을 위해서는 역량과 스킬 중 어느 것에 더 집중해야 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두 개념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 역량과 스킬의 정의: 빙산 모형을 중심으로

리더십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프레임워크 중 하나가 바로 '빙산 모형(Iceberg Model)'이다. 이 모형은 맥클랜드에 의해 제안되었으며, 실제 빙산의 특성에서 착안한 개념이다. 실제 빙산의 전체 질량 중 약 10~90%는 수면 아래에 숨겨져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리더십도 표면적으로 관찰 가능한 부분과 내면에 숨겨진 부분으로 구성된다.

빙산 모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난 부분은 직접 관찰 가능한 '스킬'을, 수면 아래 숨겨진 거대한 부분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역량'을 의미한다.

리더십 역량(Competency): 빙산의 수면 아래

빙산 모형에 비유하면 리더십 역량은 수면 아래에 위치한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직접 관측하기 어려운 내면의 가치관, 태도, 성격, 동기, 사고방식 등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내면적 특성들은 리더의 행동과 의사결정의 근간을 이루며, 장기적 리더십 효과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리더십 역량은 가치관과 신념 체계를 바탕으로 형성되는데, 이는 리더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떤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지를 결정한다. 또한 성격과 기질은 리더가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영향을 미치며, 내재적 동기는 리더가 왜 특정 방식으로 행동하는지를 설명한다.

이러한 내면적 특성은 직접 관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주로 행동을 통해 유추하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리더가 위기 상황에서 보여주는 침착함과 결단력은 그의 내면에 있는 회복탄력성과 의사결정 역량을 드러낸다.

리더십 스킬(Skill): 빙산의 수면 위

반면 리더십 스킬은 빙산 모형에서 수면 위로 드러난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가시적이고 관찰 가능한 행동과 기술들로, 역량이 실제로 발현되는 구체적인 방식이다. 스킬은 특정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필요한 실질적인 능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은 리더가 비전과 목표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능력을 포함한다. 또한 회의 진행 및 의사결정 기법, 시간 관리 기술, 프레젠테이션 기술은 일상적인 업무 상황에서 효율성과 효과성을 높이는 실용적인 스킬이다. 이러한 스킬들은 관찰과 측정이 비교적 용이하며, 훈련과 실습을 통해 단기간에 개발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내면의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스킬은 지속성과 일관성이 부족할 수 있다.


# 역량과 스킬의 상호보완적 관계

최근 리더십 개발 트렌드는 역량보다 스킬에 더 많은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 이는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즉각적인 성과를 내기 위한 실용적 접근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리더십을 위해서는 역량과 스킬의 균형이 필수적이다. 두 요소는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역량 없는 스킬은 지속성이 부족하다
스킬만 갖추고 내면의 역량이 부족한 리더는 표면상 능숙해 보일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진정성과 일관성이 결여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갈등 관리 기법(스킬)을 배웠지만 공감 능력(역량)이 부족한 리더는 갈등 상황에서 기계적으로 문제해결 절차를 따를 수는 있으나, 마찰의 근본 원인이나 사람들의 감정을 깊이 이해하지는 못한다. 이런 리더의 중재는 표면적인 갈등만 해소할 뿐, 장기적인 신뢰 구축이나 건강한 팀 문화 조성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또한 위기 상황에서는 기존에 학습한 스킬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새로운 문제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이때 내면의 역량이 부족하다면 리더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스킬 없는 역량은 발현되지 않는다
반대로, 내면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이를 표현하고 실행할 스킬이 부족한 리더도 어려움을 겪는다. 예를 들어, 전략적 사고력(역량)이 뛰어나도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스킬)이 없으면 자신의 비전과 아이디어를 팀원들에게 명확히 전달하기 어렵고, 결국 훌륭한 전략도 실행으로 이어지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높은 공감 능력(역량)을 가진 리더라도 코칭이나 피드백 제공 기술(스킬)이 부족하다면, 팀원들의 감정 상태는 잘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들의 성장과 발전을 효과적으로 지원하지 못할 수 있다. 팀원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적절한 질문이나 피드백을 통해 그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돕지 못한다.

상황과 맥락에 따른 역량과 스킬의 균형점 찾기
역량과 스킬의 균형점은 리더가 처한 상황과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조직이 급격한 변화를 겪는 시기에는 변화 관리 스킬과 함께 회복탄력성, 비전 제시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반면, 안정적인 성장 단계에서는 코칭과 인재 개발 스킬, 그리고 내면의 인재 발굴 안목과 성장 마인드셋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또한 리더의 경력 단계에 따라서도 역량과 스킬의 비중은 달라질 수 있다. 초기 리더십 단계에서는 기본적인 리더십 스킬 습득이 우선시될 수 있지만, 고위 리더로 성장할수록 전략적 사고, 비전 제시, 윤리적 의사결정과 같은 내면의 역량이 더욱 중요해진다.

중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든 역량과 스킬 중 어느 하나만 발달시키는 것이 아니라, 두 요소의 균형 잡힌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다. 역량이 깊은 우물이라면, 스킬은 그 우물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둘 중 어느 하나만으로는 완전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 리더십은 마라톤이다
리더십 개발은 단기간의 스프린트가 아닌 장기 마라톤이다. 이 여정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역량과 스킬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는 통합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현대 조직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스킬 중심의 실용적인 리더십 개발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리더십을 위해서는 내면의 역량 개발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다. 빙산의 수면 아래 보이지 않는 역량이 단단한 기반을 이루고, 수면 위로 드러난 스킬이 그 역량을 효과적으로 발현할 때 진정한 리더십의 힘이 발휘된다. 리더십의 두 축인 역량과 스킬이 균형을 이룰 때, 어떤 험난한 여정도 안정적으로 헤쳐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경중 휴넷리더십센터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