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가 어제 대면했다. 조계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마주친 두 사람은 “오늘 중으로 만나자”는 한 후보의 제안에 김 후보가 “곧 다시 만나자”고 원론적으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일화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힘겨루기가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김 후보는 이날 당 지도부에 “당무 우선권 침해를 즉시 중단하라”고 경고까지 했다. 당내의 조속한 단일화 압박에 대한 반발이다.

국민의힘은 지난주 김 후보를 최종 대선 후보로 결정한 뒤 당내 ‘단일화 추진 기구’ 설치를 공식화했다. 한 후보도 단일화 방식·시기 등을 일임하겠다는 뜻을 국민의힘에 전달했다. 하지만 막상 양측 캠프의 단일화에 대한 온도는 사뭇 달라 보인다. 한 후보 측이 중시하는 후보 등록 마감일(11일) 이전 단일화는 불투명해졌다. 하지만 한 후보와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던 점이 당내 경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한 만큼 김 후보 측이 과도하게 기득권을 지키려고 하면 보수 진영의 파열음이 커질 수 있다. 대선 필패로 가는 길이다.

단일화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두 후보가 ‘계엄의 강’과 ‘탄핵의 강’을 넘을 수 있느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선거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은 일방적인 열세였던 보수 진영에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겼다. 망설이는 중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선 12·3 비상계엄과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대해 분명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두 후보 모두 윤 정부의 핵심 멤버라는 부담을 안고 있다. 특히 김 후보는 국무위원 중 유일하게 국회에서 계엄 사과를 거부하며 ‘꼿꼿 문수’라는 별칭을 얻고 대통령 후보로도 급부상했다. 후보 수락 연설에서는 “국회가 대통령을 끌어냈다”며 탄핵에 부정적임을 드러냈다.

이런 입장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 방정식이 됐는지 모르지만 본선은 다르다. 다수의 국민이 계엄에 반대하고 탄핵에 찬성하는 현실에서 ‘정권 연장’ 대 ‘정권 교체’ 싸움이 된다면 중도층도 보수 후보를 선택하기 어려워진다. ‘보수의 대통령’을 넘어 ‘국민의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이제는 윤 전 대통령과 확실히 결별하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