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 3년 차를 맞은 새 보험회계기준(IFRS17) 개정 작업이 닻을 올렸다. 올해 한국회계기준원을 주축으로 국내 보험회계 전문가들이 모여 IFRS17 보완 사항을 검토한 뒤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건의하기로 했다. IFRS17 시행 이후 불거진 단기 실적주의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회계기준원 내에 IFRS17 사후이행검토(PIR) 준비위원회가 꾸려졌다. 국제회계기준을 만드는 IASB는 새 기준을 시행하고 약 2년 뒤 PIR을 실시한다. PIR은 회계기준 개정을 위한 기초 작업이다.

IFRS17 도입 이후 국내 보험산업은 큰 변화를 맞았다. 보험부채의 시가평가를 핵심으로 하는 IFRS17을 통해 보험사의 재무 상황을 보다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반면 업계 간 과당 경쟁이나 단기 실적주의 문화를 부추겼다는 비판도 상당했다. 회계기준 내용이 지나치게 모호하거나 실무 현장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회계기준을 바꿔야 하는데, IFRS17은 국제기준인 만큼 한국 금융·회계당국의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서다.

PIR 준비위원회는 IFRS17 관련 건의사항을 도출해 IASB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캐나다, 호주 등과도 정책 공조를 이어갈 계획이다. 이한상 회계기준원장은 “오는 9월 국내 보험업계의 IFRS17 적용 경험과 이슈를 담은 종합보고서를 발간해 국제 논의에서 한국 입장을 선제적으로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PIR 준비위원회에서 논의하는 주요 사안은 보험계약마진(CSM) 상각, 사업비, 보험금융 손익, 회계 모형, 회계 단위 등이다. 이 중 CSM 상각과 사업비 항목은 보험업권의 단기 실적주의를 해소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장래 이익을 뜻하는 CSM을 보험계약 초기에 이익으로 대폭 전환하는 회계처리 방식을 바꾸고, 사업비를 회계적으로 이연 인식하지 않고 당기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 골자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상당한 파급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형교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