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쿠키·초콜릿 이색 향수…60개국서 'K퍼퓸 신드롬', 로레알이 반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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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효준 본투스탠드아웃 대표
애널리스트 출신 '향기 덕후'
10대때부터 향수 수집 취미
예술작품 사듯 빈티지 모아
기존틀 깬 '아티스틱 퍼퓸'
구수한 쌀·오묘한 고무향
붉은 매장에 한국 요소 접목
63개국 럭셔리 플랫폼 공략
로레알서 투자…신세계免 입점
애널리스트 출신 '향기 덕후'
10대때부터 향수 수집 취미
예술작품 사듯 빈티지 모아
기존틀 깬 '아티스틱 퍼퓸'
구수한 쌀·오묘한 고무향
붉은 매장에 한국 요소 접목
63개국 럭셔리 플랫폼 공략
로레알서 투자…신세계免 입점

공간만큼이나 파격적인 건 매대에 놓인 향수다. 백자를 닮은 향수병을 하나하나 열어보면 구수하고 향긋한 쌀밥 냄새(더티라이스), 진흙 속에 처박힌 듯한 초콜릿 향(머드), 오묘한 고무 냄새(더티헤븐), 구릿하면서도 달콤한 쿠키 향(비 마이 쿠키) 등 생소한 향이 후각을 사로잡는다.

세계적인 K뷰티 신드롬이 향수로 확장되고 있는 지금, 본투스탠드아웃은 한국 브랜드사에 어떤 이정표를 남길 수 있을까. 임 대표를 지난달 15일 한남동 플래그십스토어에서 만났다.
‘향수 덕후’가 만든 반항적 향수
▷매장이 상당히 파격적이네요.“본투스탠드아웃이란 이름에 걸맞은 공간이죠. 처음 브랜드를 만들 때 한국적인 요소를 넣으면서도 거기에 반항하고 싶었어요. 한국은 진취적이긴 하지만 어쩌면 가장 보수적인 나라이기도 하잖아요. 한국의 상징인 백자를 활용하면서도 도발적인 붉은색으로 반항의 메시지를 담았죠. 저희 향수도 마찬가지예요. 흔히 맡을 수 없는 향을 통해 고정관념과 사회적 틀을 깨죠.”
▷창업 전 경력이 화려하네요.

▷‘향수 덕후’군요.
“네. 어렸을 때 미국에서 살았는데, 그곳은 향수 마니아 커뮤니티가 잘 발달해 있어요. 매일같이 커뮤니티에 들어가서 향수를 공부하고, 관련 포럼에 찾아가 향수 샘플을 서로 교환하기도 하고…. 그곳에선 빈티지 향수를 예술품처럼 웃돈을 주고 거래하거나 심지어 빈 병도 비싼 값에 팔기도 해요. 그렇게 20년간 모은 향수가 1000가지가 훌쩍 넘죠.”
▷그래서인지 향이 독특해요.
“쉬운 향을 지향하진 않아요. 호불호가 갈리고, 실험적이고, 예술적이라고 느낄 만한 향을 만들죠. 일반적인 브랜드는 호불호 없는 향을 만들기 위해 시트러스, 플로럴, 우디, 허벌 등 보편적인 향을 많이 쓰는데, 본투스탠드아웃은 거기서 벗어나 있어요. 틀을 깨고 우리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아티스틱 퍼퓸’이 지향점이죠.”
200통의 콜드메일이 뚫은 길
▷향수 가격대가 상당히 높아요.“50mL에 26만원, 100mL에 36만원이에요. 바이레도, 르라보 등 익히 알려진 브랜드보다 비싸죠. 그래서 저희가 자주 듣는 질문이 ‘너네는 왜 이렇게 비싸?’예요. 해외에서 한국 상품의 이미지는 ‘적당한 품질, 적당한 가격’이거든요. 고가의 럭셔리와는 거리가 멀죠. 저희는 이런 점에서 일반 K뷰티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해외 유통망을 뚫었나요.

▷답장이 왔나요.
“당연히 안 왔죠. 하지만 100~200통은 보냈으니 한 번쯤은 눈여겨보지 않았을까 했어요. 최악은 ‘노(no)’잖아요. 아무런 답장이 없다는 건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거니까. 그러다 코로나19 상황이 풀리자마자 무작정 럭키센트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본사로 날아갔어요.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대표를 만나고 싶다고 했죠. 한국에서 왔고, 만나줄 때까지 안 돌아가겠다고.”
▷반응이 어떻던가요.
“대표가 나와서 ‘당신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많은 메일을 보낸 게 인상적이었다고. 이틀 뒤 미팅하자고 해서 프레젠테이션을 했고, 그로부터 두 달 뒤 럭키센트에 입점했어요. 그때부터 마니아 사이에서 조금씩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죠. 그걸 기점으로 유럽 온라인 플랫폼에도 입점했고 오프라인 유통업체에서도 연락이 오기 시작했죠.”
“호불호 강한 브랜드가 목표”
▷지금은 어느 곳에 진출해 있나요.“그동안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을 비롯해 일본 대만 말레이시아 등 63개국에 진출했어요. 원칙은 하나, 국가별로 가장 럭셔리한 채널에 들어가는 겁니다. 예컨대 영국에선 해러즈와 셀프리지 백화점에 입점했고 프랑스에선 사마리텐, 쁘렝땅, 갤러리라파예트 등에 들어갔죠. 작년 매출의 3분의 2 이상이 해외에서 나왔어요.”
▷럭셔리 채널만 고수하는 이유가 있나요.

▷로레알 투자는 어떻게 받았나요.
“회계사 출신인 제가 깜짝 놀랄 정도로 로레알이 2년간 꼼꼼히 실사하더라고요. 니콜라스 이에로니무스 로레알 최고경영자(CEO)가 매장을 방문해 제품을 경험해보기도 했죠. 로레알 투자를 기반으로 올해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 내년엔 미국 뉴욕과 LA에 단독 매장을 낼 계획이에요. 올해 매출 500억원, 5년 뒤 2000억원을 달성할 겁니다.”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나요.
“호불호가 강한 브랜드요. 통상 브랜드는 누구나 좋아할 만한 상품을 통해 고객층이 넓어지길 원하죠. 하지만 본투스탠드아웃에선 꼭 좋아하는 향을 찾지 못해도 괜찮아요. 싫어하는 향이라도 발견한다면 성공한 거라고 생각해요. 그만큼 스쳐 지나가는 제품이 아니라 뇌리에 남았다는 거니까. 누구에게나 싫은 소리를 듣지 않는 ‘예쁜 브랜드’가 아니라 도발과 반항의 메시지를 향으로 풀어내는 브랜드, 그게 바로 본투스탠드아웃입니다.”
이선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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