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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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최종 후보를 뽑는 토론회에서 한동훈 후보는 한껏 몸을 낮췄다. 김문수 후보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후보 자리를 양보하겠냐는 질문에 "명분이 필요하다"며 조건을 붙였다. 두 사람은 정책과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여부를 놓고는 신경전을 벌였지만 '당명 변경'과 같은 보수층 표심 잡기에는 한목소리를 냈다.

한덕수 단일화? 김문수 "양보하려면 명분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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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90여분 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의힘 대선 결승 토론회의 첫 질문은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였다. 한 후보는 '한덕수 대행과의 단일화, 전당대회 직후여야 한다?'는 내용의 오(O), 엑스(X) 질문에서 선택을 보류했고, 김 후보는 오(O)를 선택했다.

한 후보는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 논의를 열어둔 김 후보에게 "최종 후보가 되면 그때 한 권한대행에게 (최종) 후보 자리를 양보할 용의가 있느냐"고 질문했다. 김 후보는 "당원과 국민이 애를 써서 뽑아준 후보가 (자리를) 양보한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며 "어떤 명분으로 양보해야 한다는 건지, 질문 자체가 납득이 안 간다"고 맞섰다. 협상 의지를 내비치면서도 '쉬운 양보'는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검사 한동훈'을 꺼내들며 한 후보의 이력을 저격했다. 그는 "한 후보가 '조선제일검'이라고 말할 정도로 아주 명성이 높은 검사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을 구속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구속했다"며 "기업인의 구속이 기업을 유치하고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당시 좌천돼 공소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면서 선을 그었다. 그는 "기업에 대해서 과도한 수사가 잘못된 것이다, 그런 수사를 오래 하면 안 된다는 말씀에 공감한다"며 "선배님과 함께 손잡고 밀고 당기면서 잘 끌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한 후보는 김 후보의 '국민연금 가상자산 투자 허용' 공약을 겨냥했다. 그는 "가상자산의 변동성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이 직접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고 짚었다.

계엄, 탄핵 등 민감한 질문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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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후보는 서로에 대한 민감한 질문은 피했다. 12·3 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질문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후보 모두 서로에 대한 민감한 부분은 피하면서 지지층 확장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국민의힘 당명 변경을 요구하는 친문(친문재인) 세력 등에 대해선 한 목소리를 냈다. 한 후보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이 국민의힘에 '당명을 교체하라'고 요구했고, 지도부가 '대선 후에 당명 변경 약속은 가능하다'고 했다는 보도가 있다"며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도 "저도 참 황당하게 생각했다"며 "당명을 어떻게 고치라는 것은 해서는 안 될 말"이라고 답했다.

이에 한 후보는 "친문(친문재인)의 대표적인 분들이 우리 당에 갑질하듯이 '빅텐트를 원하면 당명을 바꾸라'고 하는 것은 당원들의 자괴감과 자존심이 상할 것 같다"고 했고, 김 후보도 "문재인 정권 사람들에게 우리 당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같이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빅텐트에 필요하다는 의견도 같았다.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를 막기 위해 빅텐트를 쳐야 한다. 민주당 일당독재를 막아낼 때 이준석 후보가 도움 될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도 "우리는 공통점을 찾아서 이재명 후보가 세상을 위험하게 만드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없고, '반이재명 세력'을 모아 승리의 길을 걷겠다"고 강조했다.

박주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