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사진=뉴스1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사진=뉴스1
'앙숙'으로 불리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대선 국면에서 뜻밖의 호흡을 맞춘 것은 신선한 이벤트였다는 평가가 많다. 안 의원을 향한 이 후보의 꾸준한 '러브콜' 덕분에 성사된 것이었다. 이제 정치권은 단순한 이벤트성을 넘어 이 후보가 경선에서 탈락한 안 의원에게 정치적 의미에서 손을 내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제는 두 사람이 더 이상 앙숙 관계가 아니다"라는 말도 나온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했던 안 의원은 지난달 29일 2강 문턱을 넘지 못하며 최종 경선 진출에 실패했다. 안 의원은 "지금 우리나라는 참으로 중대한 위기에 놓여 있다. 이러한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 우리 모두 더욱 분발해야 할 때"라며 "비록 저는 여기서 멈추지만, 국민 통합과 미래를 향한 제 소명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민생을 살피고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최종 경선에 진출한 김문수·한동훈(이름순) 후보는 각각 "의사로서, 또 과학자로서 사학가로서 정치인으로서 훌륭한 많은 점을 가지고 계신다. 앞으로 잘 모시겠다", "새로운 영역에 대해서 열린 마음이시고, 새로운 도전을 하시는 점에 대해 놀랍고 존경스러운 마음이었다. 선배님의 앞날을 응원하겠다"며 안 후보에게 구애했다. 경선 막판까지 안 후보 지지층을 흡수하려는 후보들의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 사진=뉴스1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 사진=뉴스1
안 의원의 경선 탈락 이후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안 의원과 유의미한 행보를 함께했던 이 후보가 안 의원에게 연대를 제안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후보가 그간 안 의원의 과학 분야 전문성을 치켜세우면서 "이준석 정부가 추진할 협치 정부에 꼭 필요한, 중요한 자산", "과학 기술과 같은 미래 담론 측면에서 안 의원이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등 적극적인 구애에 나서왔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 후보의 구애는 러브콜에만 그치지 않고, 정치권 앙숙으로 불리던 두 사람이 실제로 마주 앉는 그림까지 이끌어내기도 했다. 바로 지난달 25일 안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판교 테크노밸리 광장에서 열린 인공지능(AI)·과학 기술 분야 1대1 토론이다. 구여권 관계자는 "안 의원이 당 경선이 한창이던 때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국민의힘 지지층의 반감이 있는 이 후보를 만났던 것"이라고 했다.

지금 이 후보는 '반(反)이재명'을 기치로 하는 빅텐트 참여에는 강경하게 선을 긋는 모습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건 이 후보가 꾸준히 제시해온 연대의 '조건'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28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보수 진영에서 거론하는 빅텐트는 여의도 정치꾼의 모임에 불과하다"며 "단일화 구상에는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고민이 빠져 있다. 뜻이 맞는 상대와는 빅텐트가 아니라 스몰텐트여도 함께하겠다"고 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 후보는 대선 정국에서 자신과 뜻이 일치한 정치인은 안 의원뿐이었다고 스스로 밝히기도 했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이 앞으로 국가 간 과학기술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글로벌 환경을 잘 이해하고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지도자가 나오는 것이 꼭 필요하다"며 "이런 주제로 저와 대화를 나누길 제안한 사람은 안 의원뿐"이라고 했다. 지난달 30일 관훈토론회에서도 "제가 만들고 싶은 빅텐트가 있다면 과학기술의 빅텐트"라며 안 의원을 언급했다.

이 후보 측도 이런 맥락에서 "이 후보가 안 의원의 경선 탈락 이후 접촉할 것으로 본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하면서도 안 의원이 정치적 여건상 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봤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이 후보와 손을 잡으려면 사실상 당적을 버리는 수준의 결단이 필요한데, 안 의원 입장에서는 철새 정치 비판에 휘말릴 수 있어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이 후보가 추후 빅텐트에 참여하면 그때 안 의원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가 현실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후보는 '안 의원에게 이번 대선에서 연대를 제안할 계획이 있느냐'는 한경닷컴의 질문에 "안 의원, 홍준표 전 대구시장 모두 지금은 몇주간의 치열한 여정 끝에 휴식과 지지해준 분들에 대한 인사나 감사 표시를 해야 할 시기이기에 그분들에게 부담을 줄 것은 전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